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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Jul 02. 2020

도전을 지속하는 힘을 얻는 요령

퇴사 후 시도하는 이직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살다 보니 무엇을 하려고 마음먹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 것을 새삼 느낀다. 무언가에 애정을 갖고 열정을 쏟는 것은 몸과 마음 모두에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직장은 물론 육아와 가사에 많은 힘을 쓰면서 새 일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큰 결심이 됐다. 게다가 하려고 한 무엇에 기대를 가질 만큼 확신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제한적인 범위에서 일상이 반복될 때 새로운 열정이 생길 여지가 없이 마음은 쉽게 메말랐다. 그 악조건 속에서 마음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 소원은 보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신기했다.


문제는 그 작은 것을 이뤄보려고 실제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긴다. 내게는 과거 퇴사 후 이직 과정이 그랬다. 기존 직장에서 많이 견디며 고민하다가 새 직업으로 전직하려는 확신이 뚜렷해졌을 때 사의를 밝혔다. 다음 갈 곳을 정하고 그만두면 좋았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과 도전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가보지 않은 길로 선뜻 발을 들였다. 너무 당연하게도 이후 과정은 예상대로 풀리지 않았다. 쉽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마음이 흘러내렸다. 나에 대한 신뢰는 물론 도전을 하겠다는 각오마저 증발했다.


그 과정 가운데 홀로 괴로워하며 힘들어하던 순간이 있었다. 더 이상 도전할 자신감이 없다고 느꼈다. 그저 생존하고픈 초라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나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작은 일이라도 일단 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려고 했다. 불현듯 이직을 준비하기 직전까지 2년여 일하던 시간이 떠올랐다. 사회초년생 시절이었고 모든 사업이 새로워 체계적이지 않았다. 틀을 만들고자 애썼던 순간이 켜켜이 쌓인 책 한 권 같았다. 사람들이 미처 의미를 알지 못하던 일에 가치를 두고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던 시간은 인생의 진심이 묻어 있었다.


나만의 경험이 가진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크든 작든, 어렵든 쉽든 상관없이 특정 시점에 나만 했던 일이란 점에서 특별했다. 나의 배경지식과 학습, 시도와 결과를 통해 고유하게 깨닫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과정이 중요하고 어딘가에 쓸모가 있을 것이란 추론은 타당했다. 그것이 알맞은 때와 장소를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이직처를 바로 만나지 못한다 할지라도 과거에 대한 깨달음은 여전히 유효했다. 그 마음을 지팡이 삼아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웠다. 사실 나는 여전히 나였다.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했다. 우선 새롭게 도전하려던 일부터 가볍게 마음먹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에 갖고 있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이직 경로를 추가로 설계했다. 혹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면, 새롭게 마음먹는 방법도 있다는 생각 덕분이다. 그러니 애초에 시작했던 도전에 대해 한결 부담이 줄어들었다. 진정성이나 전문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결국 도전의 열매를 맛보지 못하면 그런 심상의 뿌리가 깊고 단단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색하지만 꾸준하게 발걸음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도전한 일을 성취해버렸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걸어가던 어느 날, 고개를 들어보니 도착지에 있었다. 그전까지는 초입부터 실패했던 도전이었다. 그게 어느 순간 갑자기 이뤄지니 기쁘면서도 허탈했다. 온 마음을 쥐어짜고 몸을 채근하며 달려들 때는 열리지 않던 문이, 돌아서서 다른 길로 들어서기 몇 걸음 전에 열린 셈이었다. 이 경험은 인생의 도전을 달리 보는 계기가 됐다. 목표를 쟁취하려 달리기보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을 배웠다. 나의 때는 언젠가 꼭 오는 것을 알았다.


무언가 도전하고 있다면,
헤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향을
쫓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남다른 인생을 만드는,
진짜 방법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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