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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투명인간이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일은 나를 부른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어젯밤,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빠져 어지러워 침대로 기어 들어감. 잠은 여전히 3~4시간 정도.

어제 병가를 내겠다고 말한 뒤, 나는 회사에서 투명인간이 되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들은 내가 세워놓은 계획들을 자기들 멋대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분노보다는 묘한 평온함이 밀려왔습니다.

“아, 이제 정말 내가 빠져도 돌아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의 여름 프로젝트는 재미와 교육 효과, 실습 환경, 교통 접근성까지 고민해 만든 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맥락도 없이 웃고 떠들며 제 기획을 난도질했습니다.


저는 담담히 말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게 아니니,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이 부분들은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던 겁니다.

모두 백지화하라고 전할게요.”


그제야 “아직 보고 전이니 잠깐 기다리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그들이 난도질한 계획은 기가 막혔습니다.

장소는 불편하기로 소문난 곳이었고, 이동 편의성은 누구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더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들은 생각했겠지요.

“이렇게 쉬운 일도 못 한다니, 무능한 거야, 아픈 거야?”


병가 결재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트집은 계속되었습니다.

팀장은 어제 제출한 진단서를 돌려주며 “직접 올리라”라고 했습니다.

올렸더니 이번엔 “과장님 결재까지 받자”라고 하더군요.


항상 그렇습니다. 한 번에 말할 수 있는 일도 꼭 두 번, 세 번 반복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사람을 서서히 지치게 만듭니다.


이제는 그저 피로합니다.

저는 무능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너무 오래 버텼을 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저는 여전히 프로그램을 사전 탐방하고, 교통 노선을 걸어보고, 사진 찍을 위치를 체크했습니다.

들은 밉지만, 제 자신에게,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기다릴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남기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런 바보로, 오늘도 하루를 버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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