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 뺨을 맞았습니다.
오늘의 증상: 3~4시간 정도 수면.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거의 쓰러져 사람들이 놀람.
여직원 휴게실에서 한 시간 누워 있다가 겨우 복귀함.
오늘은 병가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출근일이었습니다.
파일을 정리하고, 책상을 치우며 마음까지 함께 비워냈습니다.
사실 다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죠. 지금은 그것마저 후회됩니다.
퇴근 한 시간 전, 과장님과 상담을 했습니다.
“다음 호 신문 일정과 기획을 협력사에 공유하려고요.” — 이놈의 오지랖이 또 나왔죠.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동안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었다고. 혼자 기획하고, 혼자 신문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은 즐거웠다고.
그런데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1.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의논하지 않은 건 네 잘못이다.
2. 혼자 기획하고 혼자 만든 것도 네 잘못이다.
3. “네가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뽑았는데, 지금 와서 후회된다.”
마치 본인이 나를 ‘뽑아준’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웃기시죠.
저는 단 한 번도, 누구의 빽으로 입사한 적이 없습니다. 늘 압도적인 경쟁률을 뚫고, 제가 가진 능력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입사 당시 인사팀에서도 물었습니다. "이런 경력으로 왜 공공기관 계약직에 지원하셨어요?"
그때는 웃으며 넘겼지만, 오늘 그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울고 싶을 때 뺨 맞는다.”
오늘, 저는 그 말을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요즘은 감정이 무뎌져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는데,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꺼이꺼이 울어버렸습니다.
억울했고, 서러웠고, 무엇보다 —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버틴 나 자신이 미웠습니다.
열심히 일한 게 죄가 되는 세상. 저는 지금, 그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 들은 강의가 떠오릅니다.
“회사에서는 딱 잘리지 않을 만큼만 일하세요. 나머지 에너지는 진짜 하고 싶은 데에 쓰세요.”
저는 바보같이, 몸 바쳐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입니다.
이제 정말, 이 회사와는 이별할 시간입니다.
쉬는 동안 몸과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고 내 인생을 다시 설계할 것입니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이렇게까지 소모되고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