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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간 회사, 그곳은 지옥이었다

더는 머물 이유가 없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지하철에서 구토 및 어지럼증 증세. 하루 종일 이어진 이명.

이비인후과 진료 결과 스트레스 및 피로 과다. 복용 중인 약 추가.


두 달 만에 돌아간 회사, 그곳은 지옥이었습니다. 복귀 첫날, 결국 링거를 맞았습니다. 수술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불길한 소문은 이미 제 귀에 들어왔습니다. 누군가 제 이야기를 꾸며내 퍼뜨리고 있었지요. 하지만 타인의 혀끝이 내 삶을 흔들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꿋꿋이 출근길에 몸을 실었습니다.


돌아온 자리엔 새로운 업무 분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때 “혼자 일을 너무 많이 한다”던 이들이, 이젠 제 몫의 일을 더 늘려놓았더군요.


새로 발령 난 행정직은 “총괄 기획”이라며 자리를 차지했고, 편집과 기획은 여러 사람에게 뿌려져 있었습니다. 팀장은 그 자리에조차 나오지 않았고, 제게는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그럼 제가 연간 기획을 다 한다는 뜻인가요?” 제가 묻자, 행정직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그건 팀장님 지시인데… 같이 협의해서 하면…”


결국 저는 일은 다 하고, 결재는 남들이 챙기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성과는 그들의 이름으로 남고, 저는 기록에서 지워졌습니다. 숨은 채 뒤에서 조종하는 검은손의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열심’과 ‘열정’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들의 노리개처럼 성과를 대신 만들어주는 인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려 합니다.


언젠가 이 조직은, 그들과 같은 사람들만 남아 서로의 독에 물들어 썩어가겠지요.


그리고 저는, 그 부패한 냄새에서 벗어나 다시 나를 살리는 길로 걸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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