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광안리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다
오늘의 증상:한동안 저녁형 인간으로 지내다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쉽지 않음.
수면의 질은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스트레스 시 위장장애가 심해짐. 신경성 위염으로 의심됨.
온천천 인근으로 이사한 지 7년 만에, 다시 ‘아침의 광안리’를 찾았습니다. 부산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부산에 산다고 해서 집 창밖에 바다가 보이는 건 아니거든요.
광안리 근처에 살던 시절에도 ‘저녁의 광안리’는 자주 만났지만, 아침 바다는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존재였습니다. 부모님이 콩나물국밥과 간식으로 유혹해도, 그 시절의 저는 아침 바다보다는 잠을 택하곤 했으니까요.
아침의 광안리가 얼마나 빛나는지 알게 된 건, 서울에서 전세사기를 당하고 직장에서도 잔뼈가 굵은 30대로 넘어선 후의 일이었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 바다 쪽으로 큰 창이 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친구와 수다를 나누거나, 그저 파도에 마음을 맡기고 쉬곤 했습니다.
그 바다는 언제나 제 곁을 지켜주었지요. 엄마를 옆에 둔 아이가 마음 놓고 뛰어놀 듯, 저는 그 바다에 기대어 마음껏 쉬고, 생각하고, 회복하곤 했습니다.
오늘, 7년 만에 다시 찾은 광안리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카페는 조용한 바다 풍경을 그대로 품은 채, 오랜 친구처럼 묵묵히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구름 낀 하늘 아래에서도 바다는 여전히 빛났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마치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창가에 앉아 친구와 조곤조곤 세상 이야기를 나누자 걱정과 번뇌, 잡생각이 파도와 함께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꿈같은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언제나 제자리를 찾죠. 회사로 돌아갈 날이 쏟아지는 모래시계처럼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요.
변하지 않을 얼굴들, 아니 어쩌면 더 독해졌을 사람들. 점점 굳어져 가는 조직 속에서 과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저는 다시 ‘가짜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해,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고, 가득한 한숨을 품은 채 회사 건물로 들어설 것입니다.
그리고 화가 차오를 때면 이 ‘아침의 광안리’를 떠올릴 겁니다. 그 반짝이던 바다, 잔잔한 평화의 기억을 꺼내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다잡을 것입니다.
올 테면 와 봐라, 이놈의 회사.
내 마음속엔 빛나는 광안리가 있으니까. 이번엔, 쉽게 져 주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