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믿고 일 맡겼다며… 뒤에서는 말 바꾼 동료들
오늘의 증상 : 밤에 회사로 끌려가 기획안 쓰는 악몽을 꿈.
아침 산책 지속. 조금 어지러워 헬스는 저녁으로 미룸.
회사일로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면 간헐적으로 이명 현상이 나타남.
사람이란 참 알 수 없습니다.
마흔이 넘도록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제 자신이
오늘따라 유난히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협력업체 간사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업무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며,
이런저런 하소연 끝에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저는 집에서 가까운 업체 사무실로 직접 찾아갔습니다.
지난주, 병가 4일 차에 회사에서 온 메시지를 보고
마음의 끈을 놓은 상태였지만,
오늘 들은 이야기 역시 분노를 넘어 황당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예전 제 옆자리에는 말이 통하던 행정직 동료 B가 있었습니다.
이전 팀장님이 "사업이 너무 방대해졌다"라며 배치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B는 주무의 업무를 일부 분담하면서 팀에 안착했지요.
하지만 제 사업은 전체 기획부터 보고, 전표처리 같은 세세한 일까지
사실상 제가 모든 일을 다했어요.
B는 신규 사업과 관련한 일부 조례 제정이나,
제가 만든 보고 자료에 살을 붙여 안전부서 검토를 받는 정도였어요.
아, 가끔 무거운 짐을 옮겨주는 정도의 도움도 있었고요.
그래도 B와는 종종 농담을 주고받으며
팀 내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B는 "과장님이 신사업을 잘 해냈으니 우수직원 추천서를 쓰자"라고 하셨다며
조서는 자기가 쓸 테니 자신에게 30%의 공로를 달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말에 저는, "그러라"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선택이었지만요.
병가에 들어가며 저는 B가 제 업무를 이어받아서
고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마침 B도 8월 1일 자로 다른 팀으로 이동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함께 팀을 떠나는 자축의 밥을 먹으며 회사 욕도 신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다음 호 기획도 머릿속에 대충 있긴 한데, 안 알려줄 거예요.”
(사실 담당자라면 머릿속에 기획안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요.)
B도 당연하다며 맞장구쳤습니다.
하지만 저는 병가 전날까지
다음 호 어린이신문 주제와 제작 일정을 과장님께 확인했고
(B와 팀장님은 당시 외근 중이라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업체에도 제작 일정과 내용을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업무 인수인계서를 팀장, 주무, B에게 각각 작성해 전달했고,
취조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도 자세히 설명을 마쳤습니다.
업체에도 같은 내용을 공유했지요.
그런데 오늘, 업체에서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B가 팀장, 주무, 협력업체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제가 기획안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부러 안 넘겼다"라고 말했다더군요.
거기에 팀장은 "업무인수인계도 제대로 못 받았다"라며 한마디를 더 보탰고요.
어이없고 참담했습니다.
제가 해온 모든 일이 부정당한 느낌이었고,
인수인계를 다 받았으면서도
"받은 게 없다"라고 말하는 그 뻔뻔함에
정말 숨이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업체분들이 저를 대신해 항의해 주셨습니다.
그분들의 분노와 진심 어린 위로 덕분에
겨우 감정을 추슬렀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를 보호해야 할 ‘회사’는
제게 칼끝을 겨누고 있네요.
했던 일도 없던 일로 만들고,
사적으로 했던 말을 공적으로 왜곡해 퍼뜨리며
저를 무책임한 '전직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수박처럼 겉과 속이 다른 능구렁이가 되어야
회사 생활을 잘할 수 있다고들 하죠.
하지만 전, 여전히 그게 어렵습니다.
저는 토마토 같은 사람이에요.
겉과 속이 같아 다 들켜버리고,
희로애락이 얼굴에 드러나는 사람.
그래서 아마 더 많이 상처받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조직이라면,
거기서 제 몫의 자리를 지키는 게
오히려 저를 무너뜨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말해봅니다.
저는 더 이상 그런 곳의 ‘일원’이고 싶지 않습니다.
승진이나 출세와는 멀어질지 몰라도,
적어도 제 자신을 잃지는 않을 겁니다.
병가 중에도 회사의 괴롭힘은 끝이 없지만,
적어도 이제는 조금씩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토마토 같은 사람이지만, 나 자신으로 계속 살아가겠다고요!
*블로그에서의 이사를 마쳤습니다. 이제 시간차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