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에 대한 집착
오늘의 증상 : 조금 늦은 아침 산책 + 헬스클럽 운동. 5분 정도 뛸 수 있게 됨.
단어를 깜빡깜빡하는 증상 지속 중. 속이 안 좋고, 약간 어지러움. 어디 병이라도 난 걸까?
혹시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이제 ‘본방사수’란 말도 옛말이 되었지요.
저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본방사수 시대가 꽤 힘들었어요.
미리 보기나 몰아보기가 없던 시절,
신문의 TV 프로그램 소개에 실린 몇 줄을 정독하며 애태우기도 했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땐 약속도 미루고 TV 앞에 미리 앉아 기다리곤 했죠.
제가 마지막으로 본방사수했던 드라마는 <태왕사신기>,
예능은 월요병을 달래주던 <무한도전>이었습니다.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죠?
요즘은 병가와 주말을 이용해,
그동안 미뤄둔 중국 드라마들을 하나씩 몰아보고 있어요.
오늘 본 작품은 런자룬과 쑹주얼 주연의 《无忧渡(무우도)》였습니다.
요괴를 사냥하는 남자와 요괴를 볼 수 있는 소녀가
사랑과 인연을 통해 서로를 구원해 가는 이야기인데,
결국 두 사람은 모두를 살리기 위해 이별을 택합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았지만, 끝내 함께할 수 없었죠.
그 결말이 너무 슬퍼서 아직도 마음이 먹먹합니다.
게다가 그런 비극을 감싸줄 ‘보너스 영상(彩蛋)’조차 없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저는 늘 ‘해피엔딩’에 집착하듯 매달려왔던 것 같아요.
어릴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결말이 해피엔딩인지 미리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 편히 줄거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런 슬픈 결말은 참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마음 깊은 곳이 쿵 하고 꺼져버리고,
그리고 그런 감정은 며칠이고 저를 따라다니거든요.
왜 이렇게 해피엔딩을 바랄까요?
아마도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나도 그런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현실은 늘 버겁고, 관계는 늘 피곤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행복했습니다”로 끝나기를 바라는 거예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란 누군가와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자신의 자리에서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남 탓하지 않고,
작지만 단단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고 또 쌓이면,
그것 또한 ‘해피엔딩’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의 저에겐
그런 결말이 아직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전히 동화 속 ‘해피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를 꿈꾸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바람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엔딩을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