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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화 - 도구처럼 이용당하는 사람들 …工具人(꽁쥐런)

‘호구’보다 더 비참한 존재? 工具人이란

by 강호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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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과 스트레스성 우울증을 앓으며

저는 종종 제가 회사의 호구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호구'가 있다면

중국에는 '工具人(gōngjùrén, 꽁쥐런)'이 있습니다.


‘工具人(꽁쥐런)이란

‘工具人(꽁쥐런)'은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청년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신조어입니다.

도구를 뜻하는 '工具(gōngjù)'와 사람을 뜻하는 '人(rén)’이 결합된 말로,

직역하면 '도구와 같이 이용당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일을 도와주거나, 감정적으로 헌신하거나,

누군가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지만,

정작 그 사람의 마음이나 존재는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다시 말해, 자의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대방의 요구에 늘 응하며,

감정적·물질적으로 희생만 하고 보답은 받지 못하는 슬픈 존재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의 '호구'가 손해를 감수하는 바보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한 것과 달리,

‘工具人(꽁쥐런)'은 단순한 ‘바보’나 ‘순진한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도구처럼 소모되는 관계’의 구조적·비판적 함의가 강합니다.


연애, 직장, 친구까지… 확장되는 의미

'工具人(꽁쥐런)'이 처음 대중화된 것은

연애관계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헌신하는 관계를 비판하면서입니다.


이후 그 의미가 점점 되어 직장 내에서 묵묵히 일은 다 떠안지만,

공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을 지칭하거나,

친구 사이,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을 비판할 때 쓰이는 말로 확장됐습니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나 자조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타인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하는 상황,

감정적·노동적 희생의 일방성, 관계의 비대칭성 등

그 내포가 점점 부정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지요.


최근에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내가 도구로 전락하는 현상 그 자체’를

비판하는 언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工具人(꽁쥐런)'을 포함한 예문


· 他只是个工具人,帮她跑腿、做事,根本不被当回事(Tā zhǐ shì gè gōngjùrén, bāng tā pǎotuǐ, zuòshì, gēnběn bù bèi dàng huí shì.)。

→ 그는 단지 ‘인간도구’일 뿐이야. 그녀를 위해 심부름하고 일해주지만 전혀 사람대접을 못 받지.


· 当工具人久了,连自己是谁都忘了(Dāng gōngjùrén jiǔ le, lián zìjǐ shì shuí dōu wàng le)。

→ 오랫동안 도구로 살다 보면,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잊게 돼.


※드라마 속 ‘서사도구’ 캐릭터


중국 드라마에서 지칭하는 ‘工具人(꽁쥐런)'은 일반적인 의미와 조금 다릅니다.

드라마에서는 '인간적 서사 부여 없이 스토리용 톱니바퀴로만 기능하는 인물'을

지칭하는 의미가 강합니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의미 없는 '서포트 캐릭터'나

억지 서사전개를 위한 '설명 캐릭터' 등이 이에 해당하지요.


어찌 보면 ‘工具人(꽁쥐런)'이란 현실사회에서 인간관계의 피해자인 동시에,

드라마 같은 서사구조 속에서도 ‘소모적 역할 캐릭터’라는 슬픈 의미를 가지는 군요.


※비슷한 표현

· 舔狗(tiǎn gǒu, 티엔고우) : 핥는 개 → 상대에게 무조건 잘해주는 사람 (비하적 의미)

· 备胎(bèitāi, 베이타이) : 스페어타이어 → 정식 연인 대신 대기 중인 예비 후보


처음엔 자조적인 농담처럼 시작됐지만, ‘工具人’은 이제 사회 구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소외되고 소모되는지를 비판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종종 도구가 됩니다.

혹시 여러분도 누군가의 ‘工具人’으로 살고 있지는 않나요?

혹은… 누군가를 그렇게 대하고 있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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