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일 차 - 이모, 다시 빗자루 들고 쫓아와 줄래?

치과 공포증을 이겨내게 한 나의 마녀 이모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 간헐적 이명 증상 지속 중. 약 먹으면 4시간 숙면.


오늘은 엄마 아빠와 새로 생긴 고기 무한리필 샤부샤부집에 다녀왔습니다.

아파서 살이 빠졌으니 단백질 섭취를 해야 한다며

가족 모두가 으쌰으쌰 하며 가서는,

고기만 열 몇 판을 해치웠답니다.

우리 가족 참 대단하죠?


식사 중에 자연스레 치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엄마는 이제 임플란트 치료가 거의 끝났고,

아빠는 오래전부터 틀니를 사용하시지만 여전히 잘 드십니다.

저는 충치만 몇 번 때웠을 뿐, 아직 신경치료한 것도 없는 멀쩡한 치아를 가지고 있지요.

그건 다 이모 덕분이라며 부모님이 웃으셨습니다.


여러분은 이모가 있나요? 몇 명이나 있나요?

저는 엄마가 1남 4녀라 세 명의 친이모가 있고,

엄마 외사촌들까지 다 친한 편이라 이모가 많은 편이에요.


이모가 많다 보니 부르니 호칭도 제각각입니다.

제일 크니까 큰 이모, 막내니까 막내 이모

이름을 부르는 **이모, 사는 동네를 지칭해서 **동 이모 · · ·.

오늘은 그냥 이모라고 부르는 둘째 이모 이야기입니다.


둘째는 이모는 목사 사모였습니다.

교인들에게 참 마음을 다해 잘하는 진짜 좋은 사람이라

목사인 이모부보다 평판이 좋았지요.


그렇지만,,, 어린 시절 제게는...

마녀였습니다.


치과에 가지 않기 위해 도망가는 저와 빗자루를 들고 쫓아오는 이모.

교회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저는 치과 공포증이 대단해서 이빨 갈이가 한창이던 초등학교 시절

치과에 가지 않기 위해 온갖 수단을 썼습니다.

안 아픈 척하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우기고, 심지어 덧니가 난 적도 있어요.

치과에 끌려가서 베드에 누웠다가 도망친 전적까지 있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겠죠?


엄마가 달래다 저를 포기하면

이모가 빗자루를 들고 잡아먹을 듯 저를 쫓아오곤 하셨습니다.

"가시나! 빨리 안 오나!"


치과 공포증이 있지만 제법 멀쩡한 제 치아는

평소엔 교양 있고 우아하다가 치과 이야기만 나오면

변신하던 이모 덕분이었습니다.


이모는 몇 년 전부터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세요.

요즘은 얼굴도 거의 못 알아보시지요.

초반에는 그래도 제 이름이 나오면

"시집가야 하는데"라며 걱정하셨는데.


다음 주에는 이모가 좋아하는 빵이라도 사들고

오랜만에 이모를 보러 가야겠어요.


"가시나 빨리 안 오나!"

빗자루를 들고 제 뒤를 쫓아오던 이모가 많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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