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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Dec 04. 2019

저만 생일 초대 못 받은 줄 알았어요

내 아이의 사회생활

너무 고단한 어느 날 조퇴를 하고 아이와 함께 하고 있었는데 아이 친구 엄마에게 단톡 방으로 초대가 되었다. 워킹맘들은 알 거다. 단톡 방 초대가 얼마나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두려운지. 내용은 아이 생일이라 생일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몇 명만 초대할까 하다 여아 인원이 많지 않으니 모두 초대한다고. 생일선물은 준비하지 마시고 집에서 조촐히 하니 부담 갖지 말고 오시라고. 몇 명을 초대할지 고민하느라 당일 보내는 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일하는 엄마라면 당일 초대를 받는다 한들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나 역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과연 내가 오길 바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내가 가면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내 입장에서 계산하게 되었다. 그러다 나는 내 생각을 접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친구들 다 오는 거라면 우리 아이만 빠지게 되는 이 상황이 얼마나 속상할까? 뜻하지 않은 손님이든 아니든 마침 조퇴해서 아이와 집에 있는데 너무 감사하다며 참석 의사를 밝히고 선물을 준비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급하게 헤어밴드 하나 사서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처음 초대된 자리에 둘째를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둘째는 친정에 맡기고 낮잠 자는 아이를 차에 태워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첫째에게 오늘 누구 생일이라 생일 파티한대. 그래서 동생은 할머니 댁에 맡기고 생일 축하해 주러 온 거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랬더니 우리 첫째 하는 말이 나를 울렸다. 지금도 이 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 정말? 오늘 oo가 하루 종일 생일 파티 이야기를 하더라고. 나는 나만 초대 못 받은 줄 알고 속상했는데 정말 나도 갈 수 있는 거야? 정말 oo집에 온 거야? ”


차에서 내려야 하는데 생일 파티 간다는 설렘의 표정이 아닌 정말 자기가 초대된 게 맞냐고 재차 묻는 아이의 얼떨떨한 표정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활달하고 야무진 우리 첫째는 교우관계도 좋고 유치원생이지만 학업성취도도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적응 이후로 특별하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왕래하며 사회생활을 다져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꽤 소외감을 느꼈었나 보다. 

“그럼 왜 집에 와서 엄마한테 얘기하지 않았어? 속상했을 텐데 얘기라도 하지 그랬어”

“아니 난 할아버지가 데리러 오니까 당연히 못 간다고 생각했지. 엄마가 와서 놀랐지만 이미 갈 수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 워킹맘은 다 그렇지... 어떻게 아이들 모임을 다 따라가...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지만 아이 목소리를 통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듣게 되는 건 또 다른 기분이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추스르고 기쁜 마음으로 친구네 집으로 들어섰다. 어느 때보다 즐겁게 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지나고 나면 이 시간이 있든지 없든지 큰 상관없는 기억일 수 있으나 친구들과 함께 하며 세상 행복해하는 아이의 얼굴을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나는 엄마들과의 어색한 시간에 엉덩이를 수차례 들썩거리고 편안하게 등을 기대는 게 뭔가 뻔뻔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허리를 꼿꼿이 세워 바르게 앉느라 온몸이 긴장해 어떤 업무에서보다 최고의 피로도를 축적했지만 마음만은 꽉 찼던 하루였다. 모든 아이를 초대해준 그 엄마가 정말 고마웠고 어색한 자리, 아이를 위해 참석한 나에게도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이날 이후 나는 휴직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런 하나의 사건으로 휴직을 결정한다는 게 어찌 보면 여유 있는 상황 아닌가? 또는 경솔한 결정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육아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이의 양육을 위해 잠시 일을 쉬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아이가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어떤 놀이를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모든 치아를 보이며 웃는지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다 알 수 있다면 휴직에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친구 한 명 한 명 나에게 소개하고 그 아이와의 일을 얘기해주느라 정신없는 나의 소중한 미니미를 보며 그때 나는 이미 휴직을 결심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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