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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e Aug 29. 2022

2. 식상한 모나리자 거품 걷어내기(3)

-눈으로만 본 모나리자-

 모나리자 어려서부터 수없이 봐왔던 그녀가 정말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면, 어쩜 그녀에 관한 수많은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추녀는 아니지만, 이런 모호함이 사람들을 더 자극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바사리가 16세기에 미술사 책에 모나리자가 아름답다고 쓰면서 그녀는 예쁜 여자가 버렸습니다. 바사리가 살았던 시점을 생각해서 판단해 보면, 이미 다빈치가 프랑스에 모나리자를 가지고 간 후였습니다.

 다빈치가 죽은 다음에 그의 제자 살라이가 다시 피렌체로 모나리자를 들고 왔다가 나중에 프랑수와 1세에게 판매했다는 주장도 있으니, 이걸 참고해 본다면 살라이가 피렌체에 있을 때 바사리가 모나리자를 봤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희박합니다.

하지만, 바사리는 마치 모나리자를 본 것처럼 책에다가 온갖 칭찬을 적어놨고 이는 정설이 되었죠. ‘서울 안 가본 놈이 가본 놈 이긴다.’라는 속담처럼 말이죠.          

아일워스의 모나리자

 2016년 바사리가 책에서 언급했던 모나리자와 훨씬 근접한 이 모나리자가 진품 인정을 받게 되면서 저는 이 모나리자를 바사리가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대의 아름다운 여자, 자연을 생생하게 재연해 놓았다, 미완성의 모나리자’ 바사리가 언급한 그대로였으니까요.

이 새로운 모나리자는 영국의 아일워스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아일워스의 모나리자입니다. 다른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처럼 세월이 지나면서 유약이 검게 변하면서 뒷배경이 아예 검은색이 되어 보이지 않았는데, 유약을 제거하고 나니 뒷배경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아일워스 모나리자 그녀의 모습은 20대의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바사리가 언급한 그대로죠. 살짝 멀리서 보면 사진보다 더 생동감 있는 보입니다. 배경 또한 루브르의 모나리자보다 미완성이라는 게 확연합니다.

 바사리가 둘 중 어떤 모나리자를 언급한 건지는 알 수는 없지만, 아일워스의 모나리자가 더 근접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비치 모나리자   아일워스 모나리자  라파엘로 모나리자


 앞의 두 작품은 다빈치의 모나리자이고 마지막 그림은 1504년 라파엘로가 다빈치의 화실에 찾아가서 모나리자를 보고 그린 것입니다. 라파엘로의 작품은 삼각형 구도와 정확한 원근법과 명암법으로 그린 르네상스의 명작이죠. 머릿결, 옷의 묘사와 게다가 색감까지 너무 세련됐습니다. 품에 안은 송아지의 털은 마치 만져보기라고 한 듯이 그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라파엘로의 그림도 훌륭하지만,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라파엘로의 그림과 무언가 다릅니다. 모나리자는 홀로그램 카드를 보는 것처럼 입체감 그 이상의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겹겹이 포개진 레이어로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면 경계는 더 흐릿해 보이지만, 더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윤곽선과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하는 기법을 스푸마토라고 합니다. 게다가 보는 방향을 바꿀 때마다 모나리자는 홀로그램처럼 명암이 바뀝니다. 마치 캔버스 속에 살아있는 사람을 넣어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이런 모나리자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보는 방향에 따라 눈동자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하고는 합니다.

 

모나리자의 독보성은 동시대의 다른 천재 화가들의 그림과 비교해도 확연합니다.                                                                          

첫 번째 그림은 비슷한 시기에 그린 미켈란젤로의 톤도 도니의 세부 컷입니다. 몇 점 되지 않는 미켈란젤로의 유화 작품입니다. 그림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표정이며 명암, 양감, 운동감 모두 완벽합니다. 하지만, 그림처럼 보입니다. 입체감, 사실성 무엇 하나 빠지지 않지만, 사진이나 홀로그램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면서 미술은 이제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데생, 확한 수학적 계산에 따른 원근법 (원근법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3차원 공간의 물체나 공간을 2차원의 평면 위에 거리감과 깊이감을 주어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명암법, 거기에 스푸마토 기법이 더해진다면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이러한 차원이 다른 미술에 발전에 대해서 저와 같은 의문을 가진 현대의 화가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입니다. 그의 저서 명화의 비밀에서 그는 이러한 변화에 옵스큐라가 있었다고 주장하죠. 이 책이 출간 된지 20년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의 의견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미술에 대한 근간을 흔들어 놓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하이퍼리얼리즘 화가들이 사진 위에 그림을 덧칠하거나 다른 것을 합성하거나 하는 것도 별일도 아닌 시대에 이게 뭐 대순가 싶기도 합니다.    

카메라의 조상 옵스큐라

옵스큐라는 카메라의 조상 정도 되는 것인데 이렇게 생겼습니다.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게 해서 거울을 통해서 반사하는 방법으로 암실 밖은 사람이나 풍경의 상이 맺히게 해서 그 윤곽을 따라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호크니가 옵스큐라를 이용해 그림 그리는 모습

 호크니가 옵스큐라를 직접 실험한 모습이 그의 책에 실려 있는데요.         

 호크니의 설명에 따르면 옵스큐라로 비춘 상을 따라서 그린다는 것도 많은 숙련도가 있어야 하는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17세기의 화가 베르메르가 옵스큐라를 이용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호크니는 그림이 급격한 사실성을 띠기 시작한 중세에서 르네상스로의 전환점인 15세기부터 네델란드의 화가 얀반 에이크가 이 기술을 이미 쓰고 있었다고 주장하죠.

 또한, 네델란드 독일 등 북유럽에 맞닿아 있는 베네치아의 화가들도 이 기술을 널리 썼다고 주장하며 대표적인 화가로 조반니 벨리니, 티치아노 등의 그림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놓았죠. 그렇다면, 이탈리아 북부인 밀라노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베네치아에 들렀던 다빈치도 이 기법에 대해서 알지 않았을까요? 호크니도 그 점에 주목합니다. 모나리자 이전에 다빈치의 작품들은 숨 막힐 정도를 정밀한 데생을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들이지만, 모나리자와 같은 기법으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호크니는 데생에 능한 다빈치가 전적으로 옵스큐라에 의존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 기법을 참고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호기심 많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면 이 기법을 시험해 봤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다빈치는 노트에 옵스큐라의 원리를 실험한 기록도 있으니 말이죠.     

 모나리자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 시기를 1490년으로 본다면 1503년에도 아직 미완성이었다고 하니 제작 기간이 13년이나 걸렸다는 것에 사람들은 의문을 가져 왔었죠. 별로 크지도 않은 그림을 게다가 주문한 사람에게 그림을 주지도 않고 계속 그린다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아일워스의 모나리자가 발견되면서 루브르의 모나리가 보다 10년 정도 제작년도가 빠른 아일워스의 모나리자가 주문자에게 건넨 그림이고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자신의 미술적 완성도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열정을 불태운 작품이라는 의견도 나름대로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르네상스에 피렌체의 그림은 조각과 같은 입체감을 갖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완벽한 데생, 비례법, 원근법, 명암법을 사용했죠. 벽에 붙어있던 2차원 평면의 그림을 마사치오는 원근법의 계산을 통한 정확한 그림 솜씨로 입체감이 있는 조각처럼 보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후 피렌체 미술은 점점 완벽해져 갔죠. 완벽한 비례, 운동감, 원근법, 명암법으로 말이죠. 르네상스의 모든 기술을 연마했다는 라파엘로에 이르러서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정수를 꽃피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 안에 사람의 온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완벽한 조각이 그려져 있었죠.

 다빈치가 생애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모나리자를 통해서 그리고 싶었던 건 차가운 조각이 아니라 실제 사람과 같이 살아있는 생생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바로 다빈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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