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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나미비아_ 묻지 마세요 괜찮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엄마는 떠났다

엄마의 기일이 다가오면 “잘 지내니?”라는 말로 시작하는 안부인사를 받게 된다.

엄마의 기일이 다가와 생각이 났다며 우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는 그 인사는 썩 달갑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지 않은데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기에 그런 안부인사가 버거웠다. 그리고 언제나 마무리는 “힘내”였다.


힘내라는 말은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단어였다. 엄마가 아팠던 그때 주변 사람은 “괜찮아? 그래도 힘내야지.”라는 말로 우리를 위로했다. 우리에게 묻는 그들도 알지 않았을까? 절대 괜찮을 수 없으며 힘이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힘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마지막 나라인 나미비아는 남아공 보다는 안전하게 느껴졌다. 

남아공에서는 운전할 때 총을 든 강도를 만날까 봐 창문조차 열지 못했었는데 나미비아에서는 잠시 창문을 열어도 괜찮았다. 듄 45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 도착한 세스림 국립공원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 중 하나였다. 인기가 많은 만큼 국립공원 내에 있는 캠핑사이트는 예약하기 어렵기로 유명한데, 유명세에 맞게 우리도 실패했다. 

가끔은 현장에서 캠핑 사이트가 아닌 곳에 텐트를 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찾아왔는데 행운이 따랐다. 큰 나무 밑에 차를 세우고 텐트를 쳤지만 얇은 텐트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너무 추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어두운 새벽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건다. 우리도 차량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그들의 뒤를 쫓았다. 듄 45를 오르는 길은 콧물이 흘러도 느끼지 못할 만큼 모래바람이 불었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보니 다시 오질 않을 이곳에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다.


“안녕 그동안 즐거웠어.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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