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빠진 어금니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

by 삼남매

“누나 나 이 빠졌다.”

사막 한가운데서 막내가 외쳤다.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에서 우리는 1박 2일 캠핑을 하기로 했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지만 투어객은 우리 셋 뿐이라 캠핑 느낌이 났다. 모닥불을 피우고 가이드가 요리를 시작한다. 닭고기와 양고기 굽는 냄새에 침이 나왔다.


저녁이 되니 사막의 모래는 겉은 시원하고, 속은 따뜻했다. 발가락으로 모래를 파며 열기를 느끼고 있을 때, 이쑤시개를 사용하던 셋째가 어금니 조각을 뱉는다. 어금니에 금이 간 줄도 모르고 그저 양고기가 낀 줄 알고 힘을 줬다고 했다.


'여기서 치료가 가능할까? 한국을 가야 하는 건가?' 앉아서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다행히 사막에서 인터넷이 된다. 여행사 사장님께 카이로에서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쭤봤다. 외국인들이 가는 치과가 있다며 병원을 함께 가주시기로 했다.


해결책이 생기니 별빛 가득한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던지려는 셋째에게 한 마디 한다.

“소원 빌어. 치료 잘 받게 해 달라고.”



내 생에 처음 이를 뺀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가 움직였다. 혀로 앞니를 건드리면 밀렸다. 잘못된 건가 싶어 무서웠다. 며칠을 혼자 고민하다 엄마에게 말했다. 이가 지맘대로 움직인다고.


엄마는 손가락으로 이를 흔들어 보더니 "빼야겠네"라고 하셨다. 충격이었다. 앞니가 없는 채로 살아야 하나 싶어 걱정이 됐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뽑고 나면 새 이가 나오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실을 이에 묶는다. 어린 나이지만 본능적으로 불안함이 느껴져, 엄마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엄마는 그런 내 손을 뿌리치며, "가만히 있어. 한 번에 뽑아야 안 아파"라는 경고와 함께 내 이를 뽑았다.


이가 빠진 자리에 고인 피를 보니 눈물이 났다. 울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얼른 창문으로 이를 던지고, “새 이가 이쁘게 나올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빌라고 하셨다. 누구에게 빌어야 하는지, 왜 빌어야 하는지도 모른 체 행여 이가 안 나올까 봐 열심히 빌었다.

"꼭 새 이가 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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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에 도착하고, 사장님이 알려주신 주소를 따라 병원으로 갔다. 보건소 느낌이 드는 분위기에 치과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께서는 외국인이 많이 가는 병원이 오늘 문을 닫았기에 우리를 이 곳으로 데리고 왔다고 했다. 고맙게도 남동생과 함께 치료실에 들어가 통역도 해주셨고, 치료를 다 받을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치료비는 공짜라는 말도 덧 붙여 줬다.


현지인과 함께 하니 일이 쉽게 풀리는 것 같아 사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건넸다. 바쁜 사장님께서 먼저 떠났고, 우린 우버가 도착할 때까지 병원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우리 곁으로 병원 관계자가 다가와, 친구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 친구는 떠났으며 무슨 일이 있냐고 되물었다.


“응, 치료는 잘 됐고 병원비만 내면 돼”

사기꾼이 많기로 악명 높은 이집트라 별의별 경험은 다 해봤다 생각했는데, 병원에서까지 사기 칠 줄은 몰랐다. 먹잇감을 발견한 사자처럼 우리 주위로 한두 명씩 몰리기 시작했다.


나는 친구가 멀리 가지 않았으니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둘째가 상황에 맞춰 그와 전화하는 척을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어나 그를 데리러 가는 척 밖으로 나왔다. 이럴 땐 말하지 않아도 꿍짝이 잘 맞는다.


우버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셋째가 말했다.

“누나 아무래도 다른 치과를 가야 할 것 같아”

이가 빠진 자리에 하얀 가루로 채웠는데 딱딱하게 굳지 않고 자꾸 부서진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와 오픈 채팅방에 질문을 올렸다.

"이집트에 괜찮은 치과가 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합에 괜찮은 치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보내준 사진을 보니 한국 치과와 다를 게 없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



다합에서는 다이빙을 배우며 여흘을 머물 예정이었기에 치료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치과는 부러진 어금니뿐만 아니라, 썩어서 불편했던 다른 치아까지 치료받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치료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아무래도 별을 보며 빌었던 셋째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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