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불가 증후군자의 선택은?

나만의 의견, 결론을 갖자

by 조이카멜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돼?'


보고가 끝나자 팀장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하지만 나는 지시사항에 따라서만 준비했기 때문에 따로 나의 의견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팀장님 몫인데..'


다행히 입이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고 그때부터 두뇌를 빠르게 가동해 뭐라도 대답은 했다.


처음에 위와 같은 팀장님의 주문에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나는 심지어 선택불가 증후군이 있는 사람이었다. 음식 메뉴 하나도 겨우 고르고 노는 것에서도 선택이 어려운데 보고서의 결론을 지어야 한다니 골치 아픈 일이다.


'이렇게 결론 내는 것이 맞을까?'

'나의 의견과 내가 준비한 자료가 일치하는 것일까?'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단순히 자료를 모으는 것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의견을 타당하게 만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거나 가공하는 것도 다각도로 실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의 의견이 빈약해 보이고 초라한 것 같아 민망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팀장님께서는 그 의견을 경청해 주셨고 논리가 탄탄해지도록 질문의 질문을 거듭하셨다. 그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아서 어차피 팀장님 생각대로 할 걸 왜 이렇게 압박스럽게 질문하시나 싶었다. 하지만 과정이 반복될수록 이전의 피드백을 참고하여 나만의 의견을 만들 수 있었고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체감되어 보람찼다. 이전에는 팀장님께 결론을 의존하고 외주 맡겼다면 이후에는 서서히 독립적인 하나의 공장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팀장님을 잘 만나서 이런 훈련을 받은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록 누가 나에게 의견을 묻지 않는다 하더라도 혼자 생각하는 것은 자유니까 혼자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그 보고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관찰해 보고 자신의 의견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내가 팀장이라면 그 결론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팀원은 그런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까지 지지는 않는다. 책임은 지지 않고 나의 의견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이건 마치 팀장 연습이라고나 할까.


직급이 올라갈수록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미리미리 나만의 의견을 갖도록 연습하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혹시라도 실패를 해도 덜 아프게 할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회사에서 의견을 명확히 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나의 삶 속에서 선택불가 증후군이 많이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선택 불가 증후군의 원인은 실패할 두려움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고 한 톨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고민의 고민을 더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강제로 의견을 선택하는 연습을 하고 나니 선택을 해서 잘못될 수 있지만 그것이 큰 실패가 아니고 다음 기회가 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회사에서 메뉴 고를 때도 수월하게 고른다. 이 얼마나 유용한 파생 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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