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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Dec 12. 2022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은 아니니까

행복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늘 행복한 상태를 꿈꿨었다. 우리 사회에서, 행복은 너무 쉽게 남용되고 때론 강요되기도 하니까. 마치 당장 행복하지 않은 것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인식마저 주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의 반대말이 사전적 정의 그대로 불행은 아닐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행복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느끼면서 살아갈까? 행복은 순간의 향유물이고, 금세 사라져 버리는 감정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항상 행복한 상태를 꿈꾼다는 말 그 자체에 어폐가 있다. 인생의 최종 목표가 막연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사람들도 많은데, 너무 모호할뿐더러 막연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과 방향을 확실히 알 수 없으니 무조건 '행복'을 외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행복은 어떤 일을 하는 과정이나 결과, 혹은 상태에서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고 기쁜 상태라고 하는데 인생이 매번 좋고 기쁜 상태만 이어질 리 없다. 차라리 자주 행복감을 느끼고 불행하다는 기분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기를 소망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팀 페리스의 저서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서 저자는 행복과 불행을 좀 다른 관점에서 정의한다. 그는 행복의 반대말은 지루함이라고 표현했는데,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행복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슬픔? 아니다. 사랑과 증오가 동전의 양면인 것처럼 행복과 슬픔도 그런 관계이다.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게 완벽한 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고 행복이 반대는 반박의 여지없이 지루함이다.' 


또한 저자는 '흥분'이야말로 실질적인 의미에서 행복의 동의어이고 당신이 추구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라고까지 말한다. 어떤 것에서도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불행이기에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라는 것이다. 


행복의 반대말이 슬픔이나 불행이 아니라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팀 페리스와 다르게 진정한 행복의 상태가 '흥분'이 아닌, 일상의 균형이 맞춰진 상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수많은 요소. 몸과 마음의 건강, 하는 일에서의 만족감, 관계에서 오는 충만함,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람의 존재, 그들의 안위까지, 그 어떤 것에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금방 일상의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고 행복은 쉽게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게 불행한 상태는 하나의 구성요소로 규정되지 않는다. 행복 역시 마찬가지다. 무언가 하나를 가지거나 이뤘다고 해서 행복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균형이 깨지지 않고 오래 유지되는 상태에서 오는 행복감이 더 크다. 그리하여 내게 행복을 유지하는 방법이란, 뭔가가 빠지거나 삐뚤어지지 않게 일상의 리듬을 타고 감각을 유지하며 균형을 이뤄가려는 노력이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고, 슬픔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지금 불행한 것이 아니고, 일상의 리듬에서 잠시 감각을 놓쳐 균형이 살짝 비틀어진 것뿐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멀리 한 점을 보고, 거기에도 무언가가 있다는 인지가 가능한 상태를 조금씩 맞춰가자. 나는 다시 일상의 균형, 행복을 찾아갈 것이니 잠시의 좌절도 멈춤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잠시 생각했다. 





* 네이버 어학사전 : 행복 [명사]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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