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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Dec 14. 2022

단 한 명의 독자가 나를 살렸다

미리 쓰는 에필로그

2년 반 전, 첫 에세이를 낸 후, 내 책이 52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적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겐 알 듯 모를 듯한 작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작가 꼬리표 앞에만 서면, 괜스레 부끄러웠다. ‘작가’라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 작가라는 사실을 공표하는 걸 꺼려했었다. ‘작가’ 타이틀을 말하면, 두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수많은 타인들의 모습에서도 많은 부담을 느꼈었다. 그랬던 내가, 그래도 좀 ‘자신’이라는 걸 갖게 된 거다. 타인에게 내 글 한 줄이 어쩌면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슬며시 훔쳐봤기 때문에 그랬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는 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멋들어진 미사여구나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창의적인 문장은 못 쓰더라도, 진심을 담은 글, 진실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자고 스스로에게 다짐까지 했었다.      


하지만, 첫 에세이 이후 다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 인생에가장 큰 환경적인 변화 등으로 인해 심적으로 부산스러운 상태도 한동안 지속되었다. 써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재촉했다. 그래서 더 쓰기가 힘들었다.


한 권의 에세이와 한 권의 동화책을 썼지만, ‘한 권’만으로 끝나는 작가는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쓰면 이번에도 출판사에서 연락을 해줄까? 첫 에세이 성적이 대박은 아니더라도 신인의 성적으로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했었는데, 다시 출간 제의가 들어올까 등등의 걱정들이 앞섰다. 출간을 해 보니, 역시 출판 시장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고, 책이 잘 팔리는 일은 마치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쓰고 싶었다. 나의 글을,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첫 출간 이후 한동안 나의 책 제목을 초록창 화면에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해 판매지수나 댓글들을 살펴보는 일상이 지속되었다. 혼자 훔쳐보면서 누군가에게 고맙기도 했고, 스스로 민망하기도 했고, 상처를 입는 일도 다수였다. 그 와중에 진심을 담아 댓글을 주시는 이들을 만나면,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 문장 하나에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 앞으로 힘을 내 보겠다는 말, 작가님의 다음 책을 꼭 기다리겠다는 약속까지. 믿을 수 없는 댓글들도 많았다.      


그중 한 명의 여성 독자 분은 당시 나의 SNS 계정에 찾아와서,  글이 정말 큰 위로 도움이 되었다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해 주시기까지 했다. 또한, 한 번의 피드백으로 끝나지 않고 가끔 찾아와서 안부를 전해주시고, 다음 책 소식을 물어보기도 하셨다.     

 

내 마음이 움직인 건 그때였다.

‘다시 글을 써보자,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일단은 써보는 거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고, 어떤 이에겐 내 글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 인생 문장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그러니 쓰자, 싶었다.      


아직 그 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분이 여전히 나의 에세이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보장도 없다. 두 번째 에세이를 출간한다면, 이 글을 에필로그에 싣고 싶다. 가당찮은 기대가 아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혹시라도 그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정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당신의 말이 나를 살렸다고, 내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용기를 줬다고 전해주고 싶다.      


내 글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진심으로 가 닿기를. 어떤 위로가 되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저는 요즘 다시 글을 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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