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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Dec 01. 2023

12월이 반가운 이유

주말 지나 금세 월요일이었던 거 같은데, 어느새 금요일... 또 주말이 다가온다. 10월 지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눈 깜짝할 새 지루할 것만 같았던 11월이 지나갔다. 새해 다짐 없이 시작한 2023년의 평범한 날들이 모여 한 주, 한 달, 어느새 그렇게 열한 달을 보냈고,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2023년이 드디어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정확히 30일 남았다. 


내가 이렇게 12월을 반기는 이유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들뜨는 기분 때문도 아니고, 연말에 받는 보너스나 포상금, 긴 연휴가 있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이번 연말은 일을 더 많이 하며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한 해가 지나가면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2024년에 새로 산 집에 들어간다거나 희망찬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2023년의 끝을 이토록 바라는 이유는, 힘들 것이 분명해 보였던 올 한 해를 치열하게 버티고 버텨 일상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것에 주저앉아 울고만 있지 았았고, 과거만 바라보며 불행하지도 않았다. 찢겨진 마음들을 그러모아 간신히 추슬러 스스로를 다독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내게 주어진 시간을 소비했다. 그렇게 존버하며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12월까지 왔다. 


그렇게 힘겹게 버텨온 시간들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잘 보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내 앞에 다가온 12월이 반갑게 느껴졌다. 올해는 현재 상황을 불평하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하루하루에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아직 내게 남아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 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계획도 가질 수가 없었지만, 11월에 들어서 처음으로 나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아직은 희미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2022년보단, 그래도 2023년이 나아졌으므로 2024년은 더 나아질 거란 기대도 품어보려 한다. 어떤 인생도 다 좋을 수 없고, 다 나쁠 수 없다는 것을 믿는다. 이미 너무 잘 알 고 있다. 인생에서 하향곡선이 있으면 상향곡선도 반드시 올 거라는 것도. 최근 2년 동안 인생에서 겪을 수 있을만한 온갖 시련을 한꺼번에 겪었고, 우울과 불안의 감정을 겪으면서 바닥으로도 내려가봤다. 그러니, 이제는 위로 올라갈 것이다. 


예전에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서 금방 주말이 다가오고, 다시 월요일이 오고, 한 달, 그리고 한 해가 가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우울을 겪은 시간 속에서는 시간이 가질 않더라...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분명 그렇게 빠르게 흘러갈 텐데 내 시간만 멈춰있었다. 한 달이 마치 일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도무지 가지 않는 시간 속에 묶여버린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이제는 잘 알기에, 지금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내가 다시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온 게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2022년과 2023년은 내 인생에서 잃어버린 세월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저 빨리 흘러가기만을 바라는 시간이기도 했으니까.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얼마큼 성장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성장 따위 안 해도 좋으니 무탈한 인생이면 더 좋았을 것이다. 지금 내게는 그 시간들을 지나왔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사실 힘든 사람들에겐 당장 위로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가질 않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시간은 많은 걸 해결해 주기도 한다' 지나 온 사람에게는. 


더 많은 시간들이 무탈하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가끔은 행복하거나 감사를 느끼면서.




남편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여전하고, 같이 보낸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따뜻한 것이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때가 오면, 조금 쓸쓸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올해의 12월도 잘 보내고 나면, 너와 나의 시간들도 더 잘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좋았던 기억들만 건강하게 기억할게. 


드디어 2023년 12월, 그 어느 때보다도 성실하게 스스로를 지켜낸 내게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싶다.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에게도 정성스럽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모두에게 따스한 12월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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