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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Dec 22. 2023

우주의 점, 건드리지 마시오

한낱 우주의 아주 작은 먼지나 점처럼 미약하고 작은 존재, 우리 인간들은 사실 모두 그렇다. 그러나 더더욱 우주의 점처럼 작고 존재감 없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 아닌 소망이 있다. 그냥 내가 지금껏 만들어왔거나 용을 쓰고 지켜온 작은 세계가 어떤 외부의 침입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하게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하아, 이것이 너무 큰 바람인 걸까.


체감온도 2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 속에서 잔뜩 웅크리며 살아가는 요즘, 연말이고 크리스마스고 다 필요 없고 집 앞 산책로를 걸을 수 있는 날씨나 허락되어도 한결 낫겠다 싶은 마음, 불편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의미 없는 모임을 할 생각도 없고, 있지 않아도 좋으니 혼자라도 평안한 주말이나 연말을 보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별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일어나 그날그날의 일상을 살아가며 만족할 만한 작은 계기들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조용히, 우주의 점처럼 아주 작은 존재로 살아가고 싶었다. 적어도, 현재의 나는 그랬다.


그런데, 왜 이런 일상조차 허락되질 않는가. 뒤엉켜 버린 일과 인간관계 속에서 속 시끄러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항상 어떤 일의 진위가 드러나기 일은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어떤 계기와 함께 시작되는데, 그것이 일과 오래된 관계들과 엮여버렸다. 그 속에서 나는 그동안 나를 미묘하게 또는 오묘하게 기분 나쁘게 만들었던 일이 굉장히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과, 오래된 관계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했거나 대수롭지 않았던 일이 실은 오랫동안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타격감을 주었었다는 사실에 대해 깨닫고 말았다. 오래 지속해 오던 어떤 이에게서 자주 나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들어왔었는데, 그것들은 교묘하게 나를 폄하하는 내용이었거나,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오래된 관계나 한번 마음을 준 관계를 덮어두고 믿어버리는 성향이 있는데, 가끔 이런 식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곤 한다. 믿었던 관계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 혼란감이 동시에 왔고, 분노도 뒤따라왔다. 이제 어떡해야 좋을까. 혼란스러웠다.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일과 남아있는 관계들에 집중하면서, 소시민적인 삶을 이어가고 싶었기에 더욱 그랬다. 누군가에 대한 평가나 단언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또 나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고 있다.


오래 고민하고 고민해 봐도,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주는 사람을 곁에 두는 건 좋지 않다는 게 결론.


상대에게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그간의 일에 대해 대화를 시도해 보거나 서서히 멀어지는 방법이 있는데, 두 가지 다 마음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관계를 쌓고, 신뢰를 이어가기는 어렵지만, 끝나는 건 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조금 두려운 마음도 있다.


2023년이 끝나기 전에, 정리할 마음은 정리를 하라고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올 한 해를 나름 잘 버텨냈고, 우주의 점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난데없는 침공에 허를 찔렸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우주의 점을 건드리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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