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체류 중 다녀온 여행
나는 밴쿠버에서 지냈기 때문에 동부보다는 서부 쪽으로 작은 여행을 종종 다녔다. 어학원 생활을 할 때 왜 더 많이 안 돌아다녔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놀면서 공부하는걸 잘 못하는 효율성 떨어지는 스타일의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어학원 과정을 마친 후에는 아쉬움이 없도록 많이 많이 주말마다 돌아다니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대자연에 포옥 안겨보다
로키 마운틴(Rocky Mt.) 투어
캐나다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로키 마운틴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개인으로 여행을 가도 좋지만, 사실 운전하는 건 거리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하는 게 아니라면 그냥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는 한인 투어가 아닌 일반 캐나다 회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거기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캐나다의 대자연을 만끽했다.
투어를 하면 좋은 건 신경 쓸게 1도 없이 그냥 몸만 잘 추스르면 된다. 나는 많이 길지 않은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오랜 시간 동안 강행군으로 버스를 타기 때문에 그 점은 각오해야 한다. 투어를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은 당연히 산+설산, 폭포, 호수 등으로 간추릴 수 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건 말도 안 돼 는 물 색깔과 완벽에 가까운 수질의 호수들 그리고 콜롬비아 아이스필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호수는 정말 5군데 가까이 보러 간 것 같은데 안 예쁜 곳이 없었다. 그리고 수영을 해볼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도무지 몸을 푹 담글 수 없는 물 온도이다. 근데 정말 보는 색깔과 달리 손에 물을 담으면 투명하기 그지없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는 덤프트럭보다 더 큰 빙하 전용 트럭을 타고 올라가서 직접 빙하 물을 만지고 깃발이 세워진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게 전부인데, 여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빙하를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리고 투어 중간중간에 마을도 종종 들렸는데 '반프'가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다. 마을이 작진 않은데 건물이 크리스마스 타운처럼 아기자기하고 때 묻지 않은 마을 풍경이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슬로 시티다. 그리고 정말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람쥐만큼이나 흔하게 사슴을 볼 수 있고 나도 돌아다니다가 수사슴과 마주쳤다. 그래서 투어가이드가 가까이 다가가면 갑자기 공격할 수 있다고 여행 초부터 얘기해 주었다.
링 캐년 공원(Lynn Canyon Park)
이 공원은 밴쿠버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안내 표지판도 잘 되어있어 길 잃을 염려도 없고 트레킹을 하다 보면 사람 키의 몇십 배로 큰 나무가 어디에나 있고 스릴이 넘치는 서스펜션 브릿지도 건너볼 수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그야말로 트레킹으로 딱 좋은 곳이다. 다만, 여기서에 곰을 만날 수도 있다는 괴담을 많이 들어서 문득문득 긴장을 하기도 했었다.
그라우스 마운틴(Grouse Mt.)
그라우스 마운틴... 정말 기본 체력이 나쁘지 않은데도 정말 어려운 등방으로 기억되는 산이었다. 굳이 케이블카도 있는데 도전정신으로 올라가 보았다. 풍경은 물론 멋지고 공기도 맑아서 좋았지만 1/4 지점 표지판, 1/2 지점 표지판을 지날 때마다 달라지는 나의 체력과 멘털이 문제였다. 거의 중 후반에는 기고 매달려가는 식의 산행이 되었다. 3/4 지점에서는 사진 찍을 기운도 없고 내려가기엔 너무 멀리 와서 이를 악물며 올라갔고 정상을 찍을 수 있었다.
산 정상에서는 무료로 럼버잭 쇼(Lumberjack)를 볼 수 있는데 캐나다 사람 다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코미디 쇼 같아서 부담 없이 보기 좋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거나 독수리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여유롭게 정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내려올 때는 관절 나갈 수 있으니 편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는데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놀랍게도 이 곳도 밴쿠버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곳이다.
링케년 공원 트레킹 블로그
그라우스 마운틴 등반 블로그
다운타운에서 1시간 내, 강과 호수로 떠나다
딥 코브(Deep Cove)
다운타운에서 40여분, 아름답고 잔잔한 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가장 밴쿠버에서 좋아하는 강)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지나가는 꼬맹이, 카약을 타는 건강미 넘치는 밴쿠버 여성들, 그리고 크고 작은 요트들이 모여있는 아담하고 조용한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난간에 걸터앉아 물결을 멍하니 바라보며 오래도록 머물러도 좋은 곳이다. 이 곳에 유명한 도넛 가게가 있어서 맛보았는데, 어차피 칼로리-건강 고려 안 하고 먹는 음식이니 초콜릿 듬뿍 묻친것으로 추천하고 싶다.
홀슈베이(Horseshoe Bay)
다운타운에서 1시간 여분을 버스를 타고 가면 밴쿠버항보다 좀 더 작은 홀슈베이 항구에 도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딥 코브가 더 매력 있었지만 막상 사진을 찍으면 이 곳이 훨씬 예쁘게 나온다. 나름 항구가 작지 않아서 선착장 느낌이 있고 바로 바다 같은 강 앞에 넓고 평화로운 공원이 있어서 피크닉 하거나 힐링하기 좋다.
클리브랜드 댐(Cleveland Dam)
노스밴쿠버에 위치한 댐이다. 그라우스 마운틴 가는 길목에 있다고 보면 되는데 그냥 댐이지만 설산과 어우러진 풍경은 너무나 시리게 아름답고 댐을 개방한 상태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너무 아찔하기도 했다. 댐이 보이는 풍경뿐만 아니라 댐 주변에 펼쳐진 잔디밭 위에 소담한 들꽃들이 피어있어서 너무 아름답다.
딥 코브 여행 블로그
홀슈베이 여행 블로그
클리브랜드 댐 여행 블로그
아름다운 정원들
선 얀센 정원 (Dr.SunYat-Sen Classical Chinese Park)
여기는 무료입장이 가능한 밴쿠버 다운타운 내 BC Place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중국식 정원이다. 정원이 작지 않아서 볼게 은근히 있고, 관리도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중국 드라마 세트장에 온 기분이었다. 다운타운이 끝나는 경계선에 차이나 타운이 있으니 날 좋은 날 두 군데 모두 돌아다녀봐도 좋을 것 같다.
밴더슨 보태니컬 가든(Vandusen Botanical Garden)
이곳은 다운타운에서 버스로 약 2~30분, 리치먼드 쪽에 있는 유료(8~11달러 내외) 정원이다. 공원 규모가 큰 편이라 여유를 가지고 구경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공원 내에서 시기를 잘 맞춰 가면 시즌별로 축제나 이벤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가 공원 입장료를 커버해주는 것 같다. 공원 곳곳마다 테마가 있고 셀 수 없는 형형색색의 꽃들도 볼 수 있으며 잘 찾아보면 한국식 정자도 볼 수 있다.
특히 봄 시즌에 맞춰가면 공원 주변에서도 길거리 음식 축제 또는 장이 열리기도 한다. 내가 운이 좋은 건지 정원을 다 둘러보고 집에 가는 길 주변에 그릭 타운이 있었고 때마침 축제 중이라 케밥이나 기로스, 피타브레드, 올리브 같은 음식들도 보고 맛볼 수 있었다. 역시 밴쿠버는 국제도시답다.
선 얀센 정원 블로그
밴더슨 보태니컬 가든 블로그
조금은 낯선 매력
화이트락(White Rock)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약 2시간, 다운타운에서는 꽤 거리감이 느껴졌던 써리라는 지역까지 가로질러 오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양도시이다. 미국과 접경하는 지역이라서 미국 느낌이 확 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캐나다 느낌이었다.(근데 미국 느낌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화이트락은 큰 화강암 바위에 달라붙은 조개를 먹는 바다새들로 인해 하얗게 보이게 되고 그 모습을 멀리서 보던 19세기의 선원들이 등대처럼 표식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근데 막상 진짜 화이트락이 있는 곳으로 가면 지금은 조개는 없이 매끈하고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져 명맥만 유지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여하튼 여기는 그런 특별한 표식 없이도 너무 아름다운 포인트가 많다. 바다 뷰가 끝내주고, 부둣가 풍경도 잘 어우러져 있으며, 맑은 바닷물을 보며 꽃게 낚시를 할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도 기차가 지나가는 기찻길이 존재하고 있어서 낭만이 느껴지는 곳이다. 왜 돈 많은 사람들이 풍경 좋은 곳마다 별장을 사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는 곳 중 하나였다. 계속 살기는 적적한데, 숨 막히는 풍경이 보고 싶을 때마다 놀러 오기 좋은 그런 곳이다.
빅토리아섬
당일치기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겠다 싶은 곳이다. 밴쿠버에서 대중교통과 배를 이용하여 편도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는 섬이기도 하고 작지 않으며, 빅토리안 건축양식(영국 느낌)의 건물들과 테마파크 같은 이미지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라 볼거리가 많다.
내가 보고 온 것들이 많이 없어서 많은 말을 적을 수 없는 게 아쉽다. 꼭 1박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화이트락 여행 블로그
빅토리아섬 여행 블로그
난 정말 단 한 번도 밴쿠버에 있으면서 인생의 지겨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직전에 쓴 글에도 나의 밴쿠버 사랑이 듬뿍 담겨있지만, 특히 이 글을 쓸 때 우연히 마주쳤던 크고 작은 풍경과 이벤트들은 내 밴 라이프를 참으로 다채롭게 해 주었다. 왜 일부 사람들은 이 곳을 지루한 천국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너무 잘 맞는, 최고의 장기 여행지 중 하나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