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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Feb 28. 2020

계획과 실천하기 : 언어영역

계획보다 어려운 실천을 위한 고군분투기

계획형 인간으로 변신

나는 나름 계획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도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스스로 낯설다. 아마 이건 디지털화된 정보들과 오픈소스들이 많아져서 일 것 같다. 사실 내 노력으로 하는 거라곤 아마 자판 몇 번 두들기고 마우스 몇 번 클릭하는 정도 일 것 같다. 나머지는 잔머리를 살살 굴려서 빨리빨리 진두지휘한다.

남편이 이런 나를 좋게 봐줬던 것 같다. 며칠 전에도 나 보고는 거의 90% 정도는 좋은 선택을 하는 똑똑한 아내라고 말했다. (나머지 10%는 어디로...? 그래도 남편이 참 나에 대해 관대하다.) 반면 예전의 남편은 약간은 무계획, 즉흥, 지금을 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미국 위성도시에서 20대 초반에 한국으로 와서 즐기는 여러 가지 문화는 그에게는 신세계였을 것이고 보고 경험하는 것들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도 20대 후반까지도 돈 모아서 셀프 유학 가고 여행 가서 돈이 없었으니까 이런 남편의 20대 생활을 완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그런 우리는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고 인생을 잘 맞춰 걸어가기 위해 하는 것 중 한 가지가 연간 계획을 해보고 논의하는 것이었다. 혼자 하는 거라면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내가 결정하면 끝이고, 친구나 상담이 가능한 인물을 만나 논의해볼 수도 있지만 결국 선택은 내 몫. 그러나 반려자와 함께 서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너무 상충되는 방향은 지양할 수 있고 계획이 조화로워지면 금상첨화며, 서로를 독려하고 감시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언어 공략 계획 : 계획만 잘하는 나, 실천도 잘하는 남편
@unsplash

사실 나는 공부형 인간이 아닌가 보다. 공부 빼고 다른 것들은 대체적으로 잘 실천하는 것 같다. (이미 알고 있지만 방법을 달리하면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며 매번 위로한다.) 내 2020년 목표 중 첫 번째 중요한 것은 언어였다. 그것도 영어... 남들 몇십 년 한다는 영어. 

나는 사실 영어공부를 그렇게 오래도록 매달려서 해보진 않았다. 그냥 단타로 시험이나 목적을 가지고 한 경우나 특정 직업군에 도전하기 위해 영어공부에 매진했던 시절 이외에는 롱런하지 못했다. 그래서 영어로 소통하면서 드러나는 구멍이 아주 큰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올해도 새웠다 그(놈의) 영어공부 계획. 근데 엄청 루즈해졌다 벌써... 제일 큰 건 코로나 19 때문에... 참 좋은 핑곗거리이다. 지금 영어단어가 머리에 들어오나? 그저 Pandemic 누구나 접할만한 단어나 아는 수준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나를 아는지라 공부할 도구부터 요일, 시간, 기대효과 등등을 적어봤지만 연초 이 변수 덕분에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다시 다잡아야지. 나머지 스페인어 초급 떼기랑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것도 해야 하니까...

@unsplash

반면 남편은 의지가 참 강하다. 코로나 19가 온 도시에 창궐해도 올해 초부터 수강하는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가고, 다음 달에도 수강한다. 대단한 의지라 엄지가 절로 척! 올라간다. 의지만큼이나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은 게 눈에 보여서 자랑스럽다.

남편은 꾸준히 하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매일매일의 작은 계획을 정말로 잘 실천한다. 예를 들어 대학원 과제를 하더라도 하루에 끝내고자 하는 양은 시간을 잘 분리하고 확실히 끝낸다. 내가 종종 방문 노크하고 들어가서 공부 잘 되냐고 안부 묻고, 이거 먹을래? 물어보며 간식 공수하고, 내 감성 충전한답시고 백허그 하기 등등... 공부하는 남편에게 질척거리더라도 공부해야 한다면서 그 시간을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충실히 사용한다. 진심 부럽다 그 의지력!

물론 그와 나의 계획의 동기가 다르긴 하다. 나는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이 시국이면 어쩌면 '곧바로'가 될 수도 있는) 끝도 없는 '영어 공부'가 나의 계획이고 남편은 지금 당장 한국에서 취업할 때 유용하게 작용할 '한국어 공부'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기엔 내 의지력이 정말 하찮아 보인다. 언어는 '관심'이 끊이지 않으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잘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가늘고 길게 가보는 거지 뭐... 



자극이라도 받아서 다행이야.

나랑 비교해보면 내 절친은 학구적인 스타일이 아닌데도(나처럼 공부를 즐기는 타입은 아닌 듯) 참 열심히 한다. 끈기도 있고. 남편 덕에 '귀찮지? 그냥 오늘만 쉬어~'라는 내 마음의 소리를 거부하고 꾸역꾸역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는 매번 무너지는 내 의지력에 '게을러지는 거에 익숙해지지만 말자'라고 되뇌어 본다.

@unsplash

어쨌든 아직 실패 성공을 논하기에는 올해가 많이 남아있다. 변할 수 없는 사실: 나는 미국인의 아내이며 나의 남편은 오늘의 작은 계획을 실천해서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평생 공부의 압박을 받아야 하는 나는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잘된 일인 것 같다. 

'태어난 김에 산다.' 이런 말이 유행이기도 하고 '3포 세대'라는 말도 몇 년 전부터 있었다. 경쟁시대라 주위 시선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돌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아주 적게나마 달라지는 것을 추구하고자 하기 때문에 패배감에 젖어서 사는 건 너무 불행할 테니 열심히 걷든 달리든 뭐든 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순수한 나를 위한 목적으로...

나를 채찍질할 때도 있겠지만 위로할 줄도 아는 사람이 되고, 나를 격려해주고 지켜봐 주는 진정한 친구로서의 지인들을 곁에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계획이 실천으로 이루어져 또 다른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순간이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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