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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Dec 12. 2019

집밥과 외식 그리고 아침밥

국제커플은 어떻게 먹고사나?

집밥 먹기

외식보다는 집밥을 선호하는 나, 그리고 편리성을 위해서 그리고 자극적인 맛도 좋아해서 외식을 선호하는 남편. 우리 둘은 일주일에 약 세네 끼 정도는 외식을 한다. 역시 둘밖에 없는 살림이다 보니 뭘 많이 사놓으면 버려지게 되고 특히 남편이 연달아 비슷한 메뉴를 먹는걸 지겨워하는 편이라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그리고 외식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집밥을 먹는 날수를 늘려가려고 한다.

우리 집에서 요리는 주로 내가 하는 편인데 내가 만들 수 있는 요리 가짓수가 거기서 거기라서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돌려막기처럼 한식-멕시코음식-파스타-홈메이드치킨-월남쌈-인도커리 이런 순으로 돌아가며 식탁에 올리는 것 같다.

home meals, 2019

먼저 한식. 남편이 한식을 즐기고 이미 7년 내공으로 익숙해진 터라 웬만한 한국음식은 다 좋아하고 특히 멕시코계 미국인이기 때문인지 콩을 좋아해서(멕시코 요리에는 콩을 많이 사용하는 편) 한국 음식 중에 콩으로 만든 대부분의 반찬이나 메인 요리를 선호한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남편의 최애 집밥 찌개요리이고 고기도 삼겹살이나, 쌈을 싸 먹는 편이라 시간을 오래 들여 오븐으로 오래 구울 필요도 없다. 그냥 멸치볶음이나 콩자반 같은 조림 반찬 같은 것도 좋아해서 반찬가게에서 몇 가지를 사다 먹으니 내가 저녁 메뉴로 한식을 먹겠다고 선언하는 날에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Pasta & Fajita & Ceviche, 2019

한식 외에 요리들은 그 나라 요리의 정석대로 하기엔 요리 재료 확보가 어려워, 약간 한국화 된 퓨전 스타일로 요리하게 된다. 그래도 입맛에 맞게 만들어 맛있게 먹으면 그만인 것 같다.(남편, 고마워!) 전 직장이 식자재 유통회사였던 영향인 건지 모르지만 다양한 식재료로 변신을 많이 할 수 있는 파스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보거나 여건이 되면 좀 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요리를 식탁에 올려보고 싶다.





멕시코 음식과 친해지다
@unsplash

나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고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전 세계 인구의 20% 정도, 그리고 특히 아시아인에서 유전적(변이)로 인해 '알데히드'라는 성분을 잘 느낄 수 있고, 그로 인해 고수에서 비누 맛 혹은 퐁퐁 맛을 느낀다고 하는 연구가 있다. 내가 그 20% 중 하나이다. 쌀국수를 먹을 때도 굳이 빼지도 않았지만 추가하지도 않았고 조금 이상한 허브라고 생각했는데, 남편과 함께하고 나서는 고수를 즐길 이유들이 많아졌다.

여담이지만 고수를 Coriander(영국식)로 알고 있었는데 신랑이 그 단어를 쓰면 찌릿 눈총을 보냈었기에 이제는 Cilantro(미국식)로 말하는데 익숙해졌다.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고수는 멕시코 음식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로 대부분의 음식에 사용한다. 특히 요리의 핵심인 소스에 쏙! 쏙! 쏙! 들어간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재료는 옥수수이다. 나초나 토르티야에 주로 쓰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밀 토르티야나 레스토랑에서 먹는 멕시코 음식은 미국화된 '텍스멕스(Tax-Mex)'라고 남편이 말해줬다.

Via Gerrero, 2018

종종 한국에서도 멕시코 현지 맛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멕시코 레스토랑들이 있어서 가보면 이미 텍스멕스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왠지 김치가 당기고 1~2킬로는 바로 증량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직 내가 멕시코 음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하긴 어려운 것 같다.

그렇지만 적어도 스스로 몇 가지 멕시코 음식들을 집에서 해 먹고 맛있는 맛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에 음식 잘 못하는 멕시칸 요리 레스토랑은 분간할 수 있다. 멕시칸 요리에 다소 늦게 눈을 뜨긴 했지만, 앞으로 먹을 기회가 많아져서 좋은 것 같다.

내가 수입맥주에 눈을 뜨기 시작할 시기에 가장 좋아했던 그리고 맥주 중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블랑(Blanc) 맥주에도 고수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결국, 나는 남편 덕에 고수를 계속 접해서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멕시코 음식과 절친이 되는 것은 숙명이었을지 모른다.(멕시코 음식은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니까...)





외식하기

우리에게 외식의 장점은 다른 외식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하기 때문에 외식을 꽤 하는 편이다.

장점 1. 직접 요리하기 어려운 요리를 편하게 맛볼 수 있다.

장점 2. 평상시 먹는 음식과 다른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장점 3. 음식을 다 먹고 뒤처리는 우리의 몫이 아니다.

장점 4. 익숙한 집이 아닌 다른 분위기로의 환기가 가능하다.

장점 5. 낭비되는 음식이 없다.(먹을 수 있을 만큼 시킨다.)

Bellas Garden, 2019

그러나 외식하는데 단점을 제외하더라도 메뉴 정하기, 위치, 양, 분위기, 가격 등 고려할 점이 은근히 많아 쉽지 많은 않은 것 같다. 최근 한 달 전에 가보고 싶었는데 계속 잊고 있었던 송리단길에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에 갔적이 있다. 오픈 샌드위치와 오믈렛 그리고 커피 한잔을 시켰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고 먹을 때 새로운 미감과 신박한 비주얼에 감탄하며 먹었는데 막상 계산을 하니 거의 5만 원이 나왔다.

내 입장에서는 다소 가격이 있다고 느껴져 남편 한데, 이런 식사는 한 달에 몇 번 정도 하면 좋겠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내 생각과 다르게 일주일에 두 번이라고 답했다. 그럼 한 달 식비 중 여덟 끼 먹는데만 40만 원... 현재 한 달 생활비랑 비교하면 큰 액수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더 깊이 얘기하다 보니 주제도 광범위 해지며 말이 길어졌고 이야기는 잘 마무리되었지만 우리 둘 사이에 '좋은 외식'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Dining out, 2019

그래도 우리는 한식, 분식, 중식, 서양식 등 다양한 메뉴를 고르며 계속 외식을 한다. 다만,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집에서도 레스토랑보다 맛있는 타코를 만들 수 있고 나초 한봉 가격보다 높은 나초치즈를 먹으려니 너무 헤픈 거 같아 오로지 멕시코 음식에만 잣대가 높아져 이제는 외식 메뉴로는 리스트에 거의 잘 오르지 않는다.





아침밥의 중요성
@unsplash

일전에 몬트리올 여행을 통해 꿈꾸는 아침식사 풍경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하기 어려웠던 한식이 아닌 아침밥을 먹는 게 출가를 하니 가능하게 되었다.

@unsplash

갓 구워진 토스트와 고소한 버터, 신선한 과일들과 잼 그리고 좀 더 힘을 주면 달걀프라이(Sunny side up)나 오믈렛을 추가!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모닝커피까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먹는 아침밥을 말이다. 근데 그건 주말만 가능하며, 결혼 7개월 차인데도 저렇게 먹은 아침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아침잠이 아무리 없더라도 슈퍼우먼인 울 엄마가 지어주신 편안한 아침상은 같은 건 평일에는 꿈도 못 꾼다.

평일에 현실적으로 먹는 아침은, 그나마 건강을 챙기려고 오트밀이 들어간 그래놀라와 데운 두유를 먹고 미리 삶아놓은 반숙란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먹는 것이 최선이다. 과일은 식탁에 앉아 먹을 시간이 없어서 화장할 때 먹거나 그냥 주머니나 가방에 쏙 넣고 먹는 걸 잊을 때도 가끔 있다.

이렇게라도 먹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출가한 지 이제 약 1년이 넘으니 몸에 신호가 오는 것 같다. 집에서는 그냥 있는 거 꺼내 먹으면 그만이었는데 이젠 내가 다 챙겨 먹으려니 귀찮아서 안 하게 되고 그래서 예전보다 허약해지고 최근에는 위가 많이 안 좋아졌다. 30여 년 평생 잔병 없이 평탄하게 건강했었는데 나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래서 엄마(또는 아빠) 밥이 좋은 거고 그리고 아침밥이 중요하구나 싶다.

그런데 아침밥이라는 건 우리에게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는 부모님과 살 때는 아침시간엔 늘 밥을 먹으면서 대화 없이 TV 뉴스를 시청하고 "잘 먹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가 아침시간의 전부였다. 근데 아침밥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고 느꼈다. 아침에 부부가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단 5분이라도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걸 매일 하면 어마어마한 서로에 대한 정보가 된다.

짧은 시간 대화를 통해 각자 출근하며 어떤 스케줄이 있는지 일을 끝내고 와서는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침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고 예컨에 아이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런 게 실행이 되기 어려워 무용지물일 수도 있지만 아침식사와 함께 하는 잠깐의 대화는 정말로 모든 가족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못해도 주말에 아침이든, 아점이든 꼭 밥상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읽고있는 책인 [하루의 취향] 중 108p. '연애의 고수' 에서 나오는 내용과 내가 쓴 글의 고수에 대한 내용이 좀 흡사해 놀라움을 샀다.(세상에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은 많구나 싶다.)  2019.12.18 내용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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