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자기 객관화는 잘하니까 베스트셀러 작가 말고 출간 작가를 꿈꾼다. 내 책이 널리 팔리고, 유명해지길 바라는 게 아니라(그러면 더 좋겠지만) 그저 내 이름 세 글자 박힌 책을 내고 쓰는 일을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멸종 위기인 몇 없는 내 친구들 중에 같은 꿈을 꾸며 한 발 앞선, 이미 출간을 한 친구가 있다. 자랑스러운 내 친구! 친분을 무기 삼아 어려운 질문을 건넸다.
“그런데... 책 내고 얼마 정도 벌었어?”
생각보다 더더더 소박한 금액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괜찮은 척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이 일이 돈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노력에 비해 손에 쥐는 건 미미할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정확한 숫자로 들으니 금세 슬퍼지고 말았다. 친구가 책을 쓰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을 다 아는데! 나는 내 친구보다 더 잘 쓸 자신도 없는데!
하루 종일 머릿속에 티끌같이 작고 귀여운 금액이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글 쓰는 일을 그만둘 것인가? -> 아니. 계속하고 싶어. -> 그렇다면 계속 글을 쓰기 위해, 나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줄 안정적인 직업을 병행하면 돼.
이 사건은 나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주었다. 나는 돈이 되지 않더라도, 오히려 돈을 써가면서라도 글을 쓰고 싶다. 그렇다. 나는 글 쓰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드디어 찾았다.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 그것은 오해나 착각이 아니었다. 좌절은 확신이 되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지긋지긋해도 소처럼 열심히 다녀야지. 나가라고 할 때까지 버티고 버텨야지.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갑자기 애사심이 넘친다. 내일은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겠다. 룰루랄라.
‘너무 걱정 마. 책 말고도 온갖 재밌는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까만 글자들이 고리타분하다고 외면받는 이 시대에, 내가 개처럼 벌어서 나의 글 쓰는 삶을 뒷바라지할 테니까. 영원히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