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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by pahadi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우리를 행복하고 희망차게 한다. 좋아하는 마음은 생산적인 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나의 지론.

어릴 적에 푹 빠져보던 만화가 그랬다. 만화책은 단조롭던 일상에 무지갯빛 이야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 덕에 외로운 시절을 무사히 보냈다. 만화책방을 드나들며 부지런히 대출과 반납을 반복한 덕에 성실함을 배웠다. 만화책 사랑은 책 사랑으로 이어져 나의 세계를 튼튼하게 만들어주었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글을 쓰게 해 주었다.

요즘은 나에게 커피가 그렇다. 좋아하는 카페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침 산책을 간다. 계절이 만들어 내는 풍경을 구경하며 바람의 온도를 가늠하다 보면 카페에 도착한다. 좋아하는 카페라테를 한 잔 사 책상 위에 두고 컴퓨터를 켠다. 커피 향과 함께 한결 밝아진 마음으로 글쓰기에 시동을 건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매일 아침 바흐의 푸가를 연주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나에게 커피가 바흐의 푸가인 셈이다.

언젠가 또 새롭게 좋아하는 무언가가 생기고 좋아하는 마음들을 돌다리처럼 이어 깡충깡충 즐겁게 살아갈 것이다. 오늘도 이 지구 위의 무엇에게 마음을 내어줄까 설레며 ‘좋아해’의 안테나를 곧추 세운다. ‘좋아해’로 가득 찬 세상. 그래서 세상이 좋아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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