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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마요 Nov 13. 2024

Chapter 5.부드러움과 단호함의 균형


직장 생활에서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동시에 갖추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속옷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부서와 협력해야 하는 입장에서,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명확하게 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균형을 잡기 위해 나는 스스로 ‘부드러운 단호함’을 지향하게 되었다. 이는 단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부드럽게 맞장구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필요한 때에 나의 요구나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기획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새롭게 제안한 아이디어가 생산팀과의 예산 문제로 인해 무산될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더러 있다. 기획을 싹 엎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갈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안건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로 소집된 기획회의는 더더욱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이럴땐, 단순히 “우리는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지금은 이런 디자인이 정말 필요해요.”라는 우리팀만의 결론을 강조해선 안된다.


대신, 왜 그 디자인이 필요한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가치를 그동안의 경험과 직접적인 자료를 토대로 설명하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이 기획이 회사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야한다. 이러한 설득 과정에서 내가 느낀 점은 상대방의 이해를 도와야 되는 것이지 강요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상대가 우리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윈윈하는 좀 더 나은 선택을 찾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부드러움과 단호함의 좋은 결과이다.


소신을 지키며 의견을 표현하는 법

속옷 디자인은 개인적인 취향과 감각이 강하게 반영되는 영역이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다 보면, 자칫 브랜드의 디자인 스타일이나 창의성을 잃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나의 디자인 철학과 가치관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타협할 수 있는 지점과 타협할 수 없는 내 소신의 경계선을 명확히 정해놓는 것이다.


기준을 정해놓는다고 해서 무조건 '아니요'라고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는 이 부분에서는 이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제품을 대하는 나의 입장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원단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다분한 적이 있었을 때, 생산팀에서는 예산을 이유로 다른 옵션을 권장했다. 이때 나는 생산팀의 입장에서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그 원단이 디자인의 완성도와 착용감에 미치는 영향과 긍정적인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했다. 


결론적으로 상대방이 나의 의견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었고, 부서간의 타협점을 찾으면서 제품에 대한 내 소신을 부드럽지만 확고하게 표현한 덕분에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뒤, 결과물로 나온 제품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성과 또한 지속적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요청은 분명하게, 협상은 유연하게

때로는 분명한 요청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순간에 나는 직설적이기보다는 상대방이 듣기 무안하지 않게 요점만을 표현하려 한다. 예를 들어, 영업부서와 제품관련한 상세페이지 수정건에 관하여 이야기 할 때, 실제로 경력이 적은 친구가 새로 입사해서 아직 작업이 미숙했다. 


이미 상세페이지를 꾸밀 자료는 세세하고 면밀하게 충분한 자료를 보냈지만 반영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업무로 바쁜 상황에서 사실, 울화통이 터질 일이지만 그 친구도 이런 일이 미숙할 수 있고,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다. 대신 두번의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보통 실수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에는 차가운 명령조의 말을 건네기보다는 함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려 한다. 예를 들어, “전달 드린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네요. 제대로 다시 수정해서 보내세요.”와 같은 단호한 지시 대신, “OO 자료 보시면 XXX 기능이 굉장히 중요해요. 현재 방향에서 좀 더 수정해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면 좋을 것 같아요. 바쁘시겠지만 중요한 부분은 놓치지 않으셨으면 해요! 잘 해주실 거라 믿어요.”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이렇게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면서도 상대방의 역량을 신뢰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으면, 방어적이거나 자기변명을 하면서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오히려 협력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상대가 스스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이 작은 변화는 분명 이전과 다르게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소속감을 느끼며 좋은 결과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돕는 동료로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팀으로 단단한 신뢰와 유대감을 쌓아가는 매우 유익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아한 협상은 말투와 표현에서 시작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질문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혹시 이런 방식은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질문형 대화는 내 의견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면서도 상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때로는 요구사항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할 때도 있지만, 표현을 조금만 다듬으면 부드러움과 명확함을 동시에 전할 수 있다.


《긍정적 설득의 기술》에서는 '상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언어가 결국 더 효과적인 설득의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상대가 스스로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을 남겨두면서도 나의 입장을 확실히 전하는 것, 그 미묘한 균형이야말로 협상의 묘미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우리가 서로에게 더 유연하게 반응하고 협력하도록 이끌며, 조화를 이루는 대화의 기본이 되어준다.


부드러움 속에 깃든 단호함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부드러움과 소신을 동시에 지키는 방법은 결국 ‘소통’에서 비롯된다. 내가 이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브랜드에 애정을 느끼고, 의욕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편안한 업무 환경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한 태도는 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서로의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때로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에 대한 나의 소신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부드러움 속에 담긴 단호함은 진정한 힘을 발휘해, 상대방의 신뢰를 얻고 함께 협력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되어준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과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도 분명하게 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고, 그렇기에 이 균형의 중요성은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속옷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일은 매일 새로운 제안과 조율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결국 나의 태도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조화롭게 표현하면서, 나의 소신을 지키고 동시에 팀의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그 안에서 많은 지혜를 배우게 된다.


*****

그간의 여정에서, 나는 부드러움과 단호함의 균형을 통해 나만의 소신을 지키며 브랜드에 알맞는 디자인과 창의성을 지키고자 했고, 동시에 팀과의 원활한 협력을 이루어내고자 했다. 부드러움은 상대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과 단호함은 내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지키면서도 상대방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직장에서 신뢰를 쌓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직장 생활, 혹은 일상에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단호하게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소통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거나 자신의 소신을 지켜야 할 순간이 온다면, 나 자신을 믿고, 부드러우면서도 흔들림없는 마음을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여러분만의 목소리와 개성이 빛나며,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성취는 단순한 성공을 넘어 깊은 의미를 남기게 될 것이다.


부드러움과 단호함의 조화가 여러분의 일상을 더욱 단단하고 멋지게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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