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긍정적인 관계 유지하기

디자이너로 일하며 느낀 점은 단순히 디자인만 잘해서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닿기까지는 팀원, 협력업체, 공장 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직장 내 긍정적인 관계는 단순한 업무 효율을 넘어, 브랜드와 제품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함께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

디자인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모든 과정이 긴밀한 협업의 연속이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사람들은 내 능력을 칭찬했지만, 사실 그 성공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나왔다. 한 번은 협력업체와의 작업 중 일정 지연이 발생했다. 공장의 사정으로 자재 수급이 늦어지고 있었다. 

"왜 이걸 아직도 진행 시키지 않고있죠?"라는 짜증 섞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문득 내가 바라는 결과와 지금의 상황을 돌아보았다. 불만을 쏟을 뻔했지만, 대신 이렇게 물었다.

“혹시 지금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가요?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이 짧은 질문은 대화를 여는 열쇠였다. 상대방은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고, 나는 디자인을 크게 건들지 않는 선에서 지금 바로 조달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하는 쪽으로 수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더욱 더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배운 첫 번째 교훈은 믿음이다. 믿음은 명령이나 지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순간의 감정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먼저 다정함을 보여줄 때 생기는 것이다.

작은 칭찬이 만드는 큰 변화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나의 역할은 단순히 디자인을 잘하는 것뿐 아니라, 팀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것이기도 했다.

제품을 기획하고 풀어가던 과정에서 영업팀의 젊은 친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줬다. 나는 회의 자리에서 그의 노력을 인정하며 말했다.

“XX대리님 덕분에 OO기능도 넣어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단순한 칭찬이었지만, 솔직한 마음이었고, 그날 이후 그 팀원은 더 열정적으로 회의와 VOC 관련내용을 매우 꼼꼼히 정리해서 우리에게 매번 전달해줬고, 덩달아 우리브랜드의 사기도 올라갔다. 칭찬은 그저 작은 일련의 인사치레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것은 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힘이 된다. 결국 제품의 성공으로 이끄는 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다정함의 힘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 온 속옷은 단순히 예쁘기만 한 제품이 아니다. 디자인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스며든 값진 결과물이다. 긍정적인 관계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모든 과정에서 놀라운 시너지를 만든다. 

직장에서는 작은 관심과 다정함,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관계가 시작된다. 이 태도는 단순한 업무를 넘어선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내가 디자인한 모든 제품의 과정에 녹여져 있다.

디자이너로서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관계의 힘이다. 관계는 단순히 나와 상대를 잇는 연결을 넘어, 서로를 성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다정함은 그 연결을 더 강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다.

이 다정함은 선택의 문제다. 내가 먼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다정함을 선택할 때, 그 다정함은 팀의 화합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성과로 돌아왔다.

이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다정함'이 많은이들의 관계를 조금 더 따뜻하게, 그리고 일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작은 영감이 되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