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의견 차이나 역할에 대한 충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직장 내 가장 많은 부분의 갈등을 차지하는 요소 중 하나는 아마 팀 내 의견충돌일 것이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 있다 보면 각자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어서 하나의 제품을 연동성 있게 풀어내는데에도 의견충돌은 빈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갈등을 '화'가 아닌 '화합'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결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는 갈등이 지닌 진정한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겪었던 갈등 중 하나는 내 선임 상사와의 의견충돌이었다.
당시 우리는 새로운 라인업의 제품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모두가 긴장한 상태였고, 특히 내 선임 디자이너와의 의견 차이가 두드러지며, 자연스럽게 의견충돌이 잦아졌다. 선임은 기존에 인기 있던 베이직한 컬러와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했고, 나는 이번에는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입장이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잠시 멈춰서 내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갈등 상황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쉽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들으려 노력했다. 원래 각자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를 수 있고, 그동안 해왔던 방식이 있기에 의견 충돌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기보다는, 그 아이디어의 근거와 장점을 인정하고 공감을 한 뒤, 나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단순히 "그것보단 이게 낫죠."라고 내 의견만을 주장하는 대신, "부장님 말씀이 맞아요. 지금 이 디자인 요소는 항상 인기가 많았고 안정적인 선택인 것 같아요."라는 말로 먼저 공감을 했다. 이는 상대방의 방어적인 태도를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 후, "그런데 부장님, 이번 시즌은 이런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어요. 우리가 새로운 고객층까지도 끌어들이려면 이런 요소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한 번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질문 형태로 제안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 역시 내가 제시한 의견을 한 번더 생각해보고 검토해 볼 수 있다. 갈등의 소지에서 내 의견을 수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우리의 갈등은 점차 줄어들었고, 각자 서로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빠른시간내에 디자인을 개선할 수 있었다. 기존 디자인의 안정성과 새로운 트렌드의 장점이 합쳐져 훨씬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고,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로 회사의 매출이 많이 안 좋았을 당시, 230억의 매출을 내며 이례적인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상대방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경청의 자세, 즉 공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내 의견을 전달할 때는 공격적이기보다는 차분한 자세로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계질서가 있는 환경에서 특히나 이런 접근법은 상호 존중과 협력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갈등은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갈등은 문제가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갈등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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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에서, 아니 더 넓게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공감’이다. 공감은 삶 곳곳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도구임을 나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연재를 이어가며, 이 강력한 무기인 '공감'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빛을 더하고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