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회의를 이끌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모두가 공감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리더십이란 강한 카리스마와 단호한 결단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부드러운 리더십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다고 믿고있다.
내 경우를 빌어 이야기하자면, 한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 많은 유관부서와 회의를 하고, 그 시작의 중요한 첫 단계가 디자인 기획을 하는것이기에 내가 주체적으로 회의를 끌어갈 일이 많았다. 브랜드 런칭일이 미리 정해지고 처음 기획회의를 이끌게 됐을 때, 고민이 많았다.
회의에 참여한 모든 부서팀원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 어느 날, 다급하게 잡힌 브랜드 런칭일에 생산일정이 꼬이게 되면서 이와 관련된 회의를 진행하던 중에 다소 격한 분위기가 조성된 적이 있었다. 영업과 생산팀은 각자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하고,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면서 점점 대화의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 때, 가장 머리가 아픈건 바로 나였다. 여러 의견으로 도출된 제품을 제대로 된 디자인 실물로 빠르게 픽스를 시켜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정말 피가 마르고 없는 시간에 이렇게 에너지낭비, 시간낭비 할 새가 없었다. 짧은 찰나, 분위기를 감지하고 난 뒤 나까지 내 입장을 피력하며 강하게 내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조용히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팀의 의견을 정리하여 그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공감하고, 중간에서 내가 서둘러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상기시키며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완화하고자 했다. "지금 OO팀의 의견중에 이런 점은 빨리 서둘러야 하는게 맞아요. 피팅만 제대로 오케이 되면, 본작업 바로 넘기면 되니까 XX팀,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아요." 이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각 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시키고자 했다.
그러고 난 뒤,"그리고 지금은 이게 더 급하니까, 순서를 바꿔서 이런 방법으로 이걸 더 먼저하고 난 뒤에, 컬러 확인을 하면서 같이 진행하는 건 어떨까요? 생산에서 이러이러한 점을 빨리 확인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부드럽게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한다.
갈등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려 할 찰나에 이런식으로 각 팀의 의견에 공감을 하며 회의를 이끌다 보면, 정말 놀랍게도 그 순간, 모두가 내 말에 귀를 기울였고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좋은 의견이 모아졌다. 나는 늘 이런식으로 회의를 했었고, 이 경험을 통해서 부드럽게 이끄는 리더십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부드러운 리더십은 단순히 말을 조용히 하거나 수동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파악하여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능력이다. 이런 리더십은 팀원들에게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그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여러 회의를 거치며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종종 회의에서 누군가의 의견을 반박하거나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공격적인 태도는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상대방의 마음을 닫게 만들 뿐이다. 이와 반대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도 우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너무나도 쉬운 이치인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회의가 생각보다 훨씬 길어지거나 매끄럽지 못한 결론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마무리하게 되곤 한다. 부드러움 속에서 나오는 힘은 바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 존중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회의를 진행할 때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반복과 공감'이다.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간단히 반복하면서 공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네, OO씨가 말씀하신 대로 이 부분은 리뷰를 종합해 봤을 때,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차수때 제품에 반영해서 수정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그들이 제시한 의견을 다시 한번 언급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대방은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세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한, 회의를 마무리할 때 항상 모든 팀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오늘 다양한 의견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우리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위한 마음은 다 같으니까, 여러분 덕분에 지금보다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분명히 우리제품 잘 될거예요!!"
이런 한마디가 회의 분위기를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다음 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결국, 부드러운 리더십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강요하거나 명령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늘 추구했던 방식은 회의를 이끄는 주체자로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팀원들이 서로에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했다.
부드러움은 결코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이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열쇠이다. 오늘도 당신의 부드러운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