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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Jun 26. 2023

8화: 김밥집의 별별손님 시리즈 (1)

+서로가 기분 좋을 수 있는 심리적 거리는 몇 센티일까?

김밥집을 오픈하고 다양한 손님들을 맞이했다. 페르시안 출신의 존경받는 신학자이자 시인' 루미'는 인생이 여인숙 같다고 했다. 슬픔, 기쁨, 낙심, 노여움등 맞이하는 다양한 손님들을 현명하고 잘 대하라고 하는데 난 아직도 어렵다.


나의 기억에 남았던 손님들의 특징이다.



1.  다양한 손님


1) 손님의 입맛은 천차만별!

밥 양을 줄이거나 늘려주세요. 당근을 빼주세요 더 넣어주세요. 계란 빼주세요. 김에 밥만 말아서 주세요. 포장용기를 더 주세요.  일반김밥도 해주세요. 꼬마김밥인데 크기가 커요 잘라주세요. 재료가 더 들어가게 팍팍 넣어주세요.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김밥은 없는 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는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요구라 될 수 있으면 나도 그 입맛에 맞춰드리려고 한다. 그래서 단골손님이 많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장사하면 할수록 참 어렵다.


아래는 나를 당황시켰던 손님들이다.


2) 일부 식자재만 요구하는 손님

"김이 너무 맛있는데 김만 파세요"

"장사하는 분이세요?"

아니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이다. 이분은  두 달 동안 오셔서 요구를 하셨다. 정중하게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가맹을 하시면 알려드릴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싫으셨나 보다.


 "쫄면 면만 통째로 주세요. 양념은 빼고요"

"저도 장사를 해야 해서요 그렇게 많이는 못 드려요"

우리 집 면이 치자면이라 좀 다르다. 색도 이쁘고 쫄깃거리기도 한다.  면만 10~20개를 달라는 건..... 나도 장사를 해야 해서 조심스레 거절했다. 처음엔 몇 개만 드렸는데 주기적으로 오더니 이젠 개수가 많아져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나가면서 "안돼! 안돼! 안돼!"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나간다.ㅜㅜ


3) 무료로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손님

"레시피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그 정도 알려줄 수 있잖아요"

이 레시피는 일종의 내 지적 재산권인데  무료로 알려주라고 한다. 완전히 똑같이 할 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난 이 별거 아닌 것으로 내 인생을 걸었다.


4) 장시간 거주 손님

우리 집은 테이블이 몇 개 없다. 식사를 하고 옆에서 커피를 사 와 커피만 2~3시간 이상씩 있는 경우가 있는데  참 애매하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러다 보면 손님들이 그냥 돌아가기 일쑤다

 아무래도 조치를 취해야 했다. 

식사하는 공간이고 내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하다 가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했다.




다음은 요구사항이나 까다로움은 전혀 없는데  심리적인 부담? 이 있었던 손님들이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강요?를 안 하면 그렇게 좋은 손님이나 종교이야기가  들어가면 돌변하던 사람들도 있다.


1) ㅅ**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  주로 온다. 점심시간, 바쁜 시간은 피해서 오는 편이다. 혼자 오는 경우는 없고 항상 2~3인 이상 온다.  비교적 이론과 교리에 강하며 초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성향이 있다. 계속해서 몇 개월째 규칙적으로 찾아온다.  집회 같은 것을 다녀오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것 같다.


2) ㅎ** **  / 마***

1인 또는 2인으로 비교적 조용한 손님들. 교회 다니냐고 묻거나 종교가 있냐고 묻고는 조용하게 전도를 하기도 한다.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솔선수범해서 줍는다는지, 봉사활동 등을 해서 생각보다 인식이 나쁘진 않다. 교리와 교인간의 집합이 강하게 결속되어 있다.



3) ㅁ**

흰 와이셔츠를 입은 외국인 또는 한국인외국인 짝지어 2명씩 다닌다. 영어를 무료?로 배우라고 한다. 



4)ㅎ**문

다른나라에서 창립된 이 단체는 매주 정기적으로 신문을 같이 가져다준다. 머무는 시간도 비교적 짧다. 



5) 들어오자마자 목탁 치는 스님,  들어오자마자 돈 줄 때까지 안 나가는 동네 할머니, 각종 기부단체 등등

하루에 각기 다른 사람이 2~3번 들어올 때도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는데 요즘은 천원도 별로 안 기뻐하거나 오히려 째려보고 가는 경우도 있어 나를 당황? 시키기도 한다.




어느 순간 특정 종교인들이 식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가게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면서 주변의 손님들이 불편해했다. 나야 신경 안 쓰면 그만이지만 손님들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안 될 것 같았다.


 결국 어렵게 말을 꺼냈다.


+ 1회  공지: 가게 안에서는 종교이야기 하지 말아 주세요. 불편합니다.

+ 2회 공지: 저번에도 말씀드렸는데 저 종교 있어요. 아무리 좋아도 전도 같은 거 하지 말아 주세요. 필요하면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 3회 공지: 그냥 편하게 식사하러 오시는거외엔 다른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날은 무슨 날인지 오후 3시경 세 종교 종파가 10평 남짓 김밥집에 다 모였다. 서로 시간을 맞춘 것도 아닐터인데 내가 혼지 있는 시간에 맞춰 이렇게 집결을 하다니....... 다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다. 이상하리만치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고 조용히 밥 먹는 소리만 난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결국 세 종교의 사람들을 가게에서 서로 소개를 했다. 


"서로 인사하세요.  이쪽은 ㅅ**, 이쪽은 ㅎ** **, 이쪽은 ㅎ**문이에요"




그날 저녁 난 모 종교단체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 시간에 모이게 했냐는? 것인데...... 나는 어느 누구와도 약속을 한 적이 없다. 어디까지가 적정선일까?


나는 특정종교에 어떤 거부감이 없다. 모든 종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니 하고 생각한다. 어떤 종교인이든 내 가게에선 그냥 식사를 맛있게 편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사람의 관계에는 심리적인 거리가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여도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오히려 잘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서로가 기분이  좋을 수 있는 거리? 과연 몇 센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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