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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루 Oct 03. 2023

겨울밤

제발 당신의 고민을 말해주세요


저녁에는 간단히 하이볼이나 맥주 한 잔과 함께 가라아게를 부담 없이 즐기는 직장인.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답답했던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남자들과 의자에 가방을 걸쳐 놓고는 하이힐에서 뒤꿈치만 살짝 빼고 있는 여자들. 하루 종일 찬바람을 맞아가며, 눈길을 헤쳐가며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애써 들어주지 않아도 되는 시간. 나의 취향, 나의 속도, 나의 상념으로 취해가는 사람들.



당신의 고민은 뭔가요? 서로의 이름은 모르지만 먼 친척보다 더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과 음식보다 말 씀씀이가 맛있는 주인아저씨. 기대 같은 건 하지 말고 주사위를 던지듯 고민을 털어놔 보세요. 우리는 기분을 맞춰 주거나 가식적으로 대답할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은근하게 취해 있어서 조금은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답을 할 수도 있으니 실망도 하지 말아요. 예를 들어 엄마 카드를 훔쳐서 여행을 가라든가, 학점을 조작하라던가, 맞바람은 정당하다는 식의 주장.


제발 당신의 고민을 말해주세요! 여기서는 누구나 한 번쯤 그렇게 해요. 오늘이 지나면 우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테니, 내일 당신이 깨어났을 때 후회 같은 걸 하는 일은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여기를 찾는 거고요. 나를 잘 안다고 믿는 친구들은 딱 그만큼만 조언을 하겠지만,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달라요. 어쩌면 툭 던진 냉정하고 아릿한 한마디가 우연히 적중할 수도 있잖아요. 나도 날 모를 때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망설이지 말고 당신의 고민을 털어놔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기소개 같은 건 궁금하지 않아요. 겨울밤이 깊어져 가요. 주인아저씨는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고 설거지도 끝냈어요. 이제 우리 밖에 없답니다. 모든 게 완벽해요. 오늘 같은 날 당신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었던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오늘은 당신 차례.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

.

.

때론, 우리는 눈보라 치는 들판에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굶주린 하이에나.



[오늘의 고민]

아주대학을 졸업한 박양은 서울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합니다. 그곳은 의사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죄다 서울대 출신이라네요. 자격지심이랄까.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 사이에서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스트레스가 자라고 있다는 솔직한 고민,


[오늘의 결론]

아주대학병원으로 옮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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