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저에게 퇴근해도 된다고 허락하셨어요
바로 옆 매장은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구제 옷 가게입니다. 만원이 넘지 않는 옷들이 대부분이고 천 원 이천 원하는 셔츠들이 가득해요. 항상 첫 손님이 망설이지 않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세요. 4평 남짓한 작은 가게라 행거 하나를 밖으로 내놓는 것으로 오픈 준비는 끝. 그렇게 마련된 공간에 의자를 꺼내 자리를 잡으시고는 스스로 커피도 타서 드시고, 처음 오는 손님에게는 능숙하게 장사도 하세요. 맞습니다. 이곳은 동네에서 패션 좀 안다는 알뜰한 멋쟁이 할머니들의 사랑방입니다.
정작 주인 할머니께서는 느긋하게 출근하세요. 시장에서 직접 옷 보따리를 받아오시는 날에는 더욱 늦으시고요. 누구도 없을 땐 손님들이 스스로 값을 짐작하시고는 아무에게나 돈을 맡기고 가세요. 그래서 뜻하지 않게 마카롱 자매도 저도 옷을 팔았습니다. 구제 옷이라지만 나름 정가가 있을 텐데 돈을 덜 받아도 크게 개의치 않으시니까. 저희도 그 정도 심부름은 부담 없이 해요.
서울시에만 설치된 CCTV가 11만 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차량의 블랙박스나 각종 건물에서 보안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과 개인들이 필요에 의해서 달아 놓은 것까지 더 한다면. 아마도 서울 시민보다 더 많은 잠들지 않는 눈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 눈은 한눈을 팔며 게으름을 피우지도, 한번 본 것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기억해요. 이 요물은 우리를 지키기도 하지만 우리를 의심하기도 해요.
구제 옷 가게의 영향일까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우리 식당에도 작은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토요일을 포함한 주말과 공휴일은 영업을 하지 않으니까.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대여를 하기로 했거든요. 아이들은 단체 과제를 하거나 친목 모임을 위해 이곳에 모여요. 약속된 장소에 숨겨 놓은 열쇠를 꺼내 잠들어 있던 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처음에는 단골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되돌려주려는 것이었는데, 역시 장사하는 곳은 사람이 북적거려야 하나 봐요. 그 이후로 자리 기운이 좋아져서 인지 손님들이 더 찾는 것 같스니다. 얻은 것이 더 많아요.
“사장님 먼저 들어가셔도 돼요!”
손님이 저에게 퇴근해도 된다고 허락하셨어요. 식사가 끝나시고도 다정한 이웃과 도란도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자, 날 퇴근시키기로 결정하신 모양입니다. 저는 한 분께 열쇠를 건네 드려요. 뒷정리나 소등방법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맥주나 음료 정도는 냉장고에서 꺼내 드실 수 있으니까. 나만큼이나 이 식당을 아끼는 단골이시니까. 저는 걱정이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가끔 손님보다 먼저 퇴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