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을 되감는 연습을 해야 할까요

토릴 코베, <실>

by 숨님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머리 위에는 기다란 실이 커튼처럼 늘어져 있어요. ‘우리는 왜 팔을 뻗을까? 원하는 것이 있어서? 그리워하는 것이 있어서?’ 손을 뻗어 붉은 실을 잡은 여자는 실이 끌어당기는 대로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다 어느 우거진 숲에 이릅니다. 붉은 실의 한쪽 끝에 작은 아이가 작은 등을 웅크리고 홀로 앉아 있습니다. 여자는 아이를 보살피고 사랑해 주기로, 엄마가 되어 주기로 합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순간부터 여자와 아이의 주위에는 까만 선이 생겨요. 까만 테두리 안에서 아이는 걸음마를 연습하고, 넘어지고, 엄마에게 달려와 안깁니다. 엄마 손을 잡으려면 팔을 위로 쭉 뻗어야 할 만큼 작고 어릴 때, 아이에게 세상은 아직 칠하지 않은 그림 같아요. 엄마와 함께 있는 테두리 안쪽만 색이 칠해져 있죠. 두리번두리번, 아이는 정신없이 주변을 구경합니다.




첫째 아이의 생일 전날 밤, 노란 식탁 불 아래 풍선을 불었습니다. 미리 부탁받은 하트 그림도 열 개 정도 그려 오려 두었어요. 생일 때마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이나 캐릭터 그림을 크게 그려 식탁 옆에 붙여주었는데, 이제 원하는 장식을 주문하는 나이가 되었네요. 벽장식을 마치고 평화로운 얼굴로 잠든 아이 옆에 앉아 사진첩을 열었습니다. 동생이 먼저 불어버릴까 다급하게 초를 끄는 통통하게 부푼 여섯 살의 볼, 인생 처음으로 킥보드를 끌고 나온 의기양양한 다섯 살의 포즈, 눕혀놓은 그대로 팔을 휘저으며 놀던 무구한 깊은 눈을 보고 또 보았어요.


아이는 더 이상 걸을 때 엄마 손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라니 이제는 까만 테두리 바깥의 모든 것이 색을 가지네요. 아름답고 재미있어 보이는 테두리 바깥의 세상. 아이는 스스로 테두리를 걷어내고 알록달록한 세상에 나옵니다. 그리고 멀리 작아져 표정도 보이지 않는 엄마를 향해 돌아서서 둘을 연결하던 붉은 실을 끊어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엄마 저 혼자 편의점 갔다 올게요!”, “엄마, 나 OO이랑 놀이터 갔다 올게요!”하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고, 학교 가기 전 거울 앞에서 들뜬 머리에 물을 바르는 뒷모습만 봐도 코끝이 시큰해져요. 내 품에 있던 아기가 언제 저렇게 커서 함께 만든 테두리의 틈을 자꾸만 벌리고 있는 거죠? 손에 감은 실이 날마다 조금씩 더 풀려나갑니다. 실을 둘로 나누어 각자의 가슴에 간직하게 될 때, 이왕이면 의연한 표정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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