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부귀영화가 영원하지 않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이 말이 개인에게만 해당할까? 영국이나 일본 경제는 ‘권불 10년’을, 영국 팝과 J-Pop은 ‘화무십일홍’이 개인을 넘어 국가나 사회에도 적용됨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될 듯하다.
영국의 전설적 록그룹 비틀스는 1961년에 데뷔하여 약 10여 년 동안 영국을 넘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룹 퀸, 엘튼 존, 딥 퍼플 등 영국 팝의 전설이 된 가수들도 모두 이때 활약했다.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라도 된 양 이 시기에 영국 경제도 호황을 누렸다. 그리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영국 팝의 인기와 영국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져들었다. 영국 경제는 1979년에 총리가 된 대처 여사가 ‘영국병’을 극복하면서 나아졌지만, 영국 팝은 예전의 영화를 되찾지 못했다.
1980년대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일본도 영국과 비슷했다. 1980년대 일본 가요는 오늘날의 K-Pop이 그랬듯이 J-Pop이라는 이름으로 동남아는 물론 중남미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 일본도 영국이 ‘영국병’이라는 중병을 앓았던 것처럼 1990년대부터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중병을 앓았다. 영국이 그랬듯 일본도 경제는 조금씩 회복되었지만, J-Pop이라는 호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인 K-Pop에 아시아인을 넘어 미국인 및 유럽인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 무렵이었다. 이때부터 유럽이나 미국에서 조금씩 팬을 늘려가던 K-Pop은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과 걸그룹인 블랙핑크의 등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이 되었다. 우려되는 것은 K-Pop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는 사실이다. 혹시 K-Pop에도 ‘화무십일홍’이 적용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다행히 방탄소년단이 매년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블랙핑크의 의상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는 등 탄탄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했을까?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고무 진신(鼓舞盡神)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고대 중국인들이 본 우리 민족의 모습이다. 우리 핏속에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서는 찾기 힘든 흥과 신명이라는 DNA가 가득해서 그렇게 보였나 보다. 흥과 신명이 넘치는 민족이 온몸으로 부르는 노래가 K-Pop이니 화무‘십일홍’이 아니라 백일홍, 천일홍처럼 오랫동안 활짝 피어있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K-Pop과 우리 경제가 함께, 오랫동안 융성했으면 좋겠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에게 영혼을 팔아 온갖 쾌락과 만족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 대신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그는 메피스토의 노예가 되어 영원한 고통의 수렁에 빠졌다. 우리의 젊은이들도 ‘영혼까지 끌어서 (영끌)’ 집도 사고, 주식 투자도 하고 암호화폐도 거래하고 있다. 그들에게 영혼을 팔라고 꼬드긴 악마는 누굴까? 그 결과로 그들의 미래는 창대할까? 아니면 파우스트처럼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될까? 우리 민족의 특성인 흥과 신명이 젊은이에서 또 그다음 세대 젊은이에게로 면면히 이어가야 하는데 균열의 조짐이 보이는 듯해서 안타깝다.
요즘 화천 대유(火天大有)라는 말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주역에 나오는 말로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를 맡은 자산관리회사(AMC : Asset Management Co.)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몇백만 원을 투자한 사람에게 수백억 원을 배당하고, 6년 남짓 근무한 직원에게 퇴직금 및 위로금으로 50여 억 원을 지급할 정도로 놀라운 사업수완을 보였다. 애초부터 하늘이 돕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주역에서 가장 좋은 괘인 ‘화천대유’를 회사 이름으로 가져온 것은 아닐까?
우리 젊은이들을 유혹한 악마도 ‘화천대유’일지 모른다. ‘한방 잘 터뜨리면 대대손손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땀 흘려 일할 필요가 있느냐고’ 달콤하게 속삭이면서…. 이런 유혹에 빠져 신명도 흥도 모두 잃으면 어쩌지? K-Pop은 ‘화무십일홍’이 되고, 우리 경제는 ‘권불십년’이 될까 두렵다.
고무 진신(鼓舞盡神) : 북 치고 춤추며 신명(神明) 판을 벌여 신내림의 경지라고 할 만큼 감성의 황홀경에 이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