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의 종류
여행 도중에는 부족한 시간, 험난한 날씨 등에 영향을 받아 한 자리에서 계속 그리기가 힘들다. 또한, 그 순간의 생생함을 포착하고 싶다면 1~3분 정도 걸리는 러프 스케치가 적당한 듯하다.
물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시간을 들인 세밀한 스케치로 그 순간을 음미해도 좋겠다.
1. 러프 스케치 rough sketch
움직이는 대상 등,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에 좋다.
(화가들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에, 구도를 정하는 단계에서 작게 러프 스케치를 한다.)
짧은 시간에 이뤄지기에 거친 맛의 자연스러운 스케치가 나오기 쉽다.
어느 날 저녁 스튜디오의 키친. 쌀밥이 밥솥에서 완성되길 기다리며 별생각 없이 눈앞을 끄적거렸다.
그렇게 탄생한 바나나 스케치.
종이 한편에 끄적이는 스폿 드로잉 spot drawing의 시작점이었다.
펜 스케치 후, 회색 마커로 그림자를 표현, 크래용으로 살짝 색상을 입혀 그림 맛을 살렸다.
스케치는 어디서든 가능하다.
카페에서 식사를 하기 직전, 러프한 삼십 초 펜 스케치 후, 나중에 집에서 수채화를 입혔다.
식으면 맛이 없다!
눈앞의 음식이 식기 전에 재빨리 그려보자.
여행지의 공원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롭게 스케치해보자.
(그림 예시) 뉴욕의 메디슨 파크, 잠든 개를 바라보며 무릎 꿇고 앉은 아이를 그렸다.
아이들은 움직임이 부산하기에 순식간에 펜을 놀려야 한다.
연필이라면 한참 걸렸을 검은색의 농도가 두꺼운 챠콜로는 단 한 번에 표현 가능하다. 그 대신 돌이키기 힘들다. 깔끔한 수정이 힘드니, 러프 스케치로서 마음 편하게 그리자.
보이는 모든 것을 묘사하면 오히려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과감한 생략은 보는 이에게 상상의 여지를 준다.
2. 정밀화 detailed sketch
시간이 허락한다면, 세밀한 정밀화를 시도해보자. 사물의 형태, 명암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며 그려야 한다. 먼저, 러프 스케치로 구도를 정하고 대략의 형태를 잡은 후 정밀 묘사에 들어간다. 빛과 그림자로 대상의 명암을 표현하는 이런 연습은, 천천히 그림의 기초를 배운다고도 할 수 있다.
즉, 그림 초보라면 우선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연필로 부드러운 명암 묘사부터, 차콜로 명암의 강렬한 대비를 표현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연필이나 차콜에 익숙해졌다면, 색연필이나 크레용 등 색상으로 스케치를 즐겨보자.
단순한 사물들로 명암 연습을 마쳤다면, 그다음은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마음을 끄는 작품을 묘사해 보자. 구도와 명암 등, 모작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기에, 서양의 미술 대학에서는 초기 수업은 명작을 자기 식대로 변형한 모작을 시킨다.
그림 예시는, 리즈디 미대생 초기 시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명화 앞에 서서 그린 스케치이다. 수업이 진행되는지, 주변에 렘브란트의 유화를 모작하는 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여행에서든 일상에서든, 무엇이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며 즐기자. 어느 순간 늘어난 실력과 자신만의 풍미를 가진 선을 만날 것이다.
작은 팁 Tip
좋은 구도를 배우는 게 목적이라면 빠르게 다양한 작품을 러프 스케치로 모작하며 연습해도 도움이 된다.
검은 종이가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크레용/파스텔 용으로 나온 다양한 색상의 종이를 시도해서 자신의 그림에 적당한 바탕 색상을 찾아보자.
선을 안 쓰고 점묘법으로 대상을 묘사할 수 도 있다. 단,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이기에, 여행 도중에는 작게 그리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