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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Ryu 제이류 Mar 03. 2019

여행의 작은 팁

어디서 잘까?



여행은 육체적으로 피곤하기 쉽다. 그러니, 맘 편히 자는 곳이 중요하다. 자다가 작은 소리에도 잘 깨고, 낯선 곳에서는 깊은 잠이 힘든 - 프루스트 정도는 아니지만- 예민한 나의 경우, 숙소의 환경도 꼼꼼히 살펴본다.

예전의 첫 유럽 여행은 그런 이유로, 혼자 방을 쓰는 숙소를 선호했다. 하지만, 장기 여행에서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지역의 비수기에나 가능한 방법이다.  그리하여 필자도 이번 여행에서 호스텔과 에어비앤비 Airbnb, 원룸형 숙소를 섞었다.


이번 여행을 마친 후, 나는 호스텔을 혼자 여행하는 모두에게 적극 추천한다.



캐나다에서 온 룸메이트들을 따라가 우연히 접한 에펠탑 하이라이트 시간



리옹에서 룸메이트였던 중국인 유학생을 다시 파리에서 만나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한 푸짐한 중국식 샤브샤브 맛집.





동행도 길치라면 헤맬 가능성 X2...


많을 때는 열두 명이 함께 자는 이층 침대로 채워진 방. 귀마개는 필수였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친해진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즐거운 어울림의 시간이 가능했다.


그렇게 이번 여행에서는 고독의 시간과 어울림의 시간에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혼자인 시간이 지겨워지면, 호스텔에서 알게 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다.


호스텔에서는 같은 방을 쓰거나, 라운지에서 함께 아침식사를 하다가 자연히 대화를 하며 친해지기 쉽다. 과학자나 학생들 외에도 비올라리스트, 웨딩 플래너, 문학 등장인물 연구자, 정원 취미자 등 다양한 직종의 외국인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들과 삶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이 더욱 활기를 띄었다. 그리고 미리 계획하기 싫어하고, - 이번에는 계획이 어느 정도 있었으나, 문학적 장소 외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방향치라 전철을 탈 때마다 틀린 건 아닌지, 기웃거리는 타입은, 그저 철두철미한 친구들을 따라가면 알아서들 명소를 보여주어 참으로 좋은 거다. (물론, 동행도 길치라면... 여기저기 헤매며 예상치 못한 곳들을 즐기자.)



철학을 전공한 러시아 친구와 함께한 파리 여행. 호스텔이었기에 가능했던 만남.


필자의 경우, 주로 숙소 위치와 여성 전용 방, 청결도 등을 따져 골랐지만, 호스텔은 그 수만큼 각자 시설과 분위기가 다르다. 그러니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될 듯하다.       


에어비엔비 Airbnb는 개인적으로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복불복이기에... (몰카 등의 범죄도 주의해야 한다는 보도도 심심찮다)


방 하나만 빌린다면, 보통 집주인과 함께 지내게 된다. 첫째 집은, 세잔의 아틀리에 근처였다. 홀로 사는 할머니와 여러 대화를 나누며, 이런 삶도 있구나, 싶었지만 여러 참견으로 남의 집에 얹혀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프랑스인의 일상과 주거지를 살짝 맛보기에는 좋았고, 할머니는 친절히 버스 정류장까지 픽업도 해주셨다.


문제는 두 번째 파리에서 체험한 오래된 집... 이번 여행에서 최악의 기억을 남겼다. 먼지투성이에 난방 문제도 심각, 야외보다 추운 실내에서 오리털 패딩을 입은 채 추위를 견뎠다. 무엇보다 앞에서는 친절하던 집주인 부부는 내가 영국으로 떠나자 문자로 옆 방이 잘못한 것을 들이대고, 망상적인 생트집으로 계속 언어 공격하였다. 그렇게 런던의 첫날 아침이 어이없이 망가졌다. (첫인상, 추운 날씨인데 여름 원피스 바람에 맨발로 맞이하던 주인아주머니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야 했었다..)


문제는, 에어비엔비에는 이런 문제를 신고할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사실.

적어도 다른 피해자가 없도록 후기를 작성하려다, 이성적인 대화가 안 되는 이들은 상대 안 하는 것이 최선이라 결론짓고 에어비엔비를 탈퇴했다.

이렇듯, 또다시 불쾌한 상대를 대하기 싫어 아예 부정적 후기를 작성하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본다. 더러워서 피하는 게 보통이니, 일부의 ‘좋음’ 후기만으로 숙소를 선택하기에는 신뢰도가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호스텔은 이런 점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침구류 등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해 주었고, 공동 샤워장과 화장실도 매일 청소하여 깨끗했으며, 오히려 딱딱한 서비스의 호텔보다 친절하게 응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셉션 청년들의 밝은 미소와 활발한 대화는 여행의 피로마저 덜어주었다.




덧붙이는  Tip!



장거리 여행을 자주 하는 이들은 여행 시작과 끝의 컨디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거리 비행과 시차가 그만큼 신체적 정신적 무리를 주기에 나온 말이다.


그 조언을 따라, 장거리 비행 후 첫 도착 날은 반드시 공항에서 접근성이 좋은 숙소(가능하면 공항 내부의 호텔)에 묵는다. 그렇게 더 이상 이동의 피로를 더하지 않고 숙면 후, 좀 더 맑은 정신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피날레도 중요하다.


마지막 숙소는, 가능한 가장 좋은 숙소에서 쉬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맛보며, 향기로운 베쓰 밤을 욕조에 풀어 몸을 담근다.

그렇게 긴 여행의 숙취를 달콤하게 씻어낸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부드러운 꿈에 잠긴다......


  

초코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달콤하게... / 종이에 펜? 크레용, 수채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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