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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승진, 희망과 현실 사이

당신만 모르는 공무원 승진 비법

by 약오르지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승진을 기대한다


공무원의 승진은 단순히 직위가 오르는 것 이상의 의미다. 새로운 책임을 맡고 더 큰 역할을 하게 되며, 나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공무원의 승진은 기업의 승진 방식과 조금 다르다. 공무원의 승진은 입사 연도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선배들이 승진한 후에야 내 차례가 오고 후배가 역전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이는 안정을 추구하는 공직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6급 승진 대상이 되었던 해는 유독 힘든 시기였다. 승진 TO가 적었고, 입사 선배들이 복직하면서 승진순위도 밀렸다. 다른 국(局)에 근무하던 동기들보다 좋지 않은 순위여서 그해 승진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승진을 오래 기다렸고 열심히 일했다 자부했기에 이번엔 될 것 같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번에도 안되면 나가야지"라는 마음도 있었다.


결과는 냉정했다.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한 명단이 인트라넷에 게시됐을 때 (당연하게도) 내 이름은 없었다. 입사 동기 중 절반이 승진했지만, 나는 제외됐다. 그저 관운이 없었다. 승진한 이를 축하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탈락한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는 없었다. 나로선 맘 편히 축하받을 수 있게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승진한 동기에게 축하한단 얘기를 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날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굉장히 불공평하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왜 인정받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당장 관둬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고생한 것을 몰라주는 회사가 원망스러웠고, 무엇이 원인인지 뭐가 부족한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주위 동료들은 1년만 참아보라고 조언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승진이 안 돼서 인생이 꼬인 것 같았다. 주변에선 그간의 헌신과 노력이 아까우니, 그저 관운이 없다 생각하고 털어내라고 충고했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불쾌한 감정에 빠져 있는 스스로가 한심해 보였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니, 승진은 하나의 과정이고 나의 가치는 그것과 무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승진 탈락으로 인해 좋은 말씀을 해줬던 선배들의 말씀을 곱씹자 내 문제도 보이기 시작했다.


한 선배는 "네가 일을 잘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몇 없으니, 기회가 될 때마다 인맥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얘기해 주셨다. 그러려면 복도를 다니면서 인사를 잘하고 업무와 관련해 협업 요청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서 일해보라고 했다.


다른 선배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고, 눈에 띄는 자리에 있어야 승진에도 유리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참에 더 도전적인 부서로 옮겨 보라고 권유했다.


6개월 뒤 나는 식약처 브랜드 과제 담당으로 부서 이동하게 됐다. 내가 마음 아파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나를 그 부서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왔고, 다음번 승진까지 알게 모르게 힘을 써 주셨다.


당시 승진 탈락은 분명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실패를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았고, 주변의 조언에 귀 기울이며 성장할 수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주변과 소통하며 발전해 나가는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과 배움을 찾는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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