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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Dec 14. 2021

29. 백신, 그 이후의 삶_’함께’의 가치

함께하는 행복

29. 백신, 그 이후의 삶_’함께’의 가치


말레이시아에서 백신을 맞은 뒤로, 14일이 지난 15일 차부터 식당 내 취식 및 각종 규제 완화 대상에 적용이 되었다. 8월 31일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이 곧 내가 백신 맞은 뒤 15일 차 되는 날이었고, 곳곳에 Merdeka 장식과 깃발이 보이는 만큼 내 마음도 기대로 부풀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된 삶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백신 이후의 삶은 백신 이전의 삶과는 확연히 달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성인의 경우 백신이 권유가 아닌 필수가 되었고,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가 되었다. 2차 접종 완료 후 14일 지난 사람만 옷가게, 식당 출입이 가능하고, 미접종자에게는 큰 쇼핑몰 자체에서 입장을 막는 경우도 있었으니, 슈퍼만 다닐 것이 아니라면 접종은 불가피했다. 당시 화이자를 빠르게 접종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백신 이후의 삶에서 희비를 모두 느꼈다. 



우선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들,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증상들이 잠잠해지기까지 2~3주가 걸렸다. 심장이 뛰어서 자다가 깨기도 하고, 피로감이 심해서 누워서 지냈다. 그나마 재택근무가 길어진 데다 백신 휴가를 받아서 다행이었다. 몽롱하고 현실 분간이 잘 안 되어 정신이 혼미한 기분도 들었다. 소화도 안 되고, 일시적으로 불면증이 생겼다. 얼굴이 부었고, 하지불안증 같은 이상한 느낌이 며칠간 다리에 오갔다. 다시 맞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니 정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완전히 돌아왔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래도 심각한 증상들은 다 사라졌다. 나와 남을 지키기 위해 백신을 맞았지만, 아직은 3차 접종이 두렵다. 내년에는 좋은 치료제가 나오고 코로나 상황도 나아져서 또 백신 맞을 필요성이 줄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반면 좋은 점은, 주 내에 있는 친구들을 가끔이나마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사람 적은 공원이나 야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창살 없는 10km  감옥에서 기약 없는 자유를 기다리던 시간이 십 년처럼 길게 느껴졌지만, 덕분에 자유의 가치를 고찰해보게 되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행복한 일인지, 평소라면 당연하게 여기느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전철역마다 경찰이 배치되어 어디까지 가는지, 생필품 구매 목적이 맞는지 체크하느라 몇 정거장 가지도 못하고, 친한 친구들은 다 내 거주지에서 10km 이상 떨어져 살거나 구역이 달라서(다른 구 역시 이동 불가) 가까워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밖에서 같이 맛있는 식사나 커피 한 잔도 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정말 중요한 건 별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임을 깨달았다. 가까이 있다 보면 가족, 애인, 친구들과 부딪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나, 이때 느낀 소중함과 그리움, 감사함을 상기하면 다음에 화나거나 서운할 일도 적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 좋은 행복과 충만함을 오랜 시간 누려왔으면서, 이렇게 철저히 고립될 때까지는 그 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망각의 동물인 나 자신에게 알림을 해줘야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최고의 행복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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