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거나 우거나 중이거나 셋 중에 하나
지금 내가 맡고 있는 방송은 경제, 사회, 스포츠, 교통, 문화 등을 다루는 종합매거진 형식의 프로그램이지만 정치만 쏙 빠져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사코너가 있었지만 좌우 청취자의 항의를 받다가 게스트의 개인 사정을 계기로 폐지하게 되었다.
종편처럼 대놓고 성향을 드러낼 수도 없고 좁은 지역의 특성상 청취자의 작은 반응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보니 게스트나 MC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는데 그래도 듣기 싫은 얘기가 나오면 항의가 들어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른쪽은 주로 전화로, 왼쪽은 문자로 항의하는 정도.
그런데 이 코너를 두고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항의하는 청취자가 있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정치 얘기 그만 해라. 지겹다'였다.
사실 좌우의 항의보다 나는 이 청취자가 더 마음에 걸렸다. 좌우 양쪽이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진영 대립이 심해지니 지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다 오류에 빠지는 것처럼 듣기 싫다고 듣지 않다 보면 알지 못하게 된다. 관심을 꺼버리면 결국 중간은 없고 좌우만 남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옛날 플라톤이 말하지 않았던 가. 정치에 무관심하면 결국 가장 저급한 인간의 지배를 받는다고. 관심을 거두지 말자.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