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치즈치즈

퇴근길 치즈 냄새의 습격에 속절없이 당하다

by 피어라

허기진 배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전철역 부근 @@피자집을 지날 때 강력하게 흘러나오는 피자냄새. 토마토소스와 다양한 향신료의 냄새를 뚫고 떠오르는 치즈냄새를 만난다면? 당장 편의점에 들러 냉동피자라도 사서 전자렌지에 돌려 한 입 물어뜯고 싶어진다. 아니다, 오늘 저녁은 피자다. 치즈냄새는 강렬하고 손쉽다.


어릴 땐 치즈라는 걸 먹어 본 기억도 없는데 지금은 치즈 맛 홍수다. 온갖 치즈 맛 과자류부터 김밥 속의 치즈, 떡볶이에 국물과 함께하는 치즈, 라면을 덮은 치즈, 곱창에 올려진 치즈, 치킨과 감자튀김에 뿌려진 치즈가루 등등 쫄깃짭잘고소한 맛을 더하는데 곳곳에 끼어들어있다.


특별히 치즈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없고 생각해보니 아이들 이유식 먹기 시작하고 간식으로 먹이기 시작하면서 치즈를 자연스럽게 먹게 되었다. 삶은 고구마 위에 손으로 대충 찢은 체다치즈 얹어서 렌지에 살짝 돌리면 고구마의 단 맛과 치즈의 짠 맛이 어우러져 단짠이 가득한 웰빙 간식. 단호박 쪄서 모짜렐라 치즈와 함께 구워먹으면 포근한 식감과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진 든든한 한 끼 특식. 이런 식으로 아이를 먹이며 같이 먹다보니 자연스레 치즈가 익숙해졌다.


그 중 작은 도령이 제일 좋아하는 치즈는 쭈욱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다. 최애간식이 치즈스틱이고 그 다음으로는 달달한 꿀에 찍어먹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좋아한다. 그에 비해 큰도령은 풍부한 치즈맛을 선호하는 편이다. 느끼하다고 할 만큼 부드러운 슬라이스 치즈를 넣은 치즈김밥에, 슬라이스 햄과 같이 넣어 만드는 샌드위치나 크로크무슈를 좋아한다. 강한 치즈향이 느껴져야 치즈라면서 좋아한다. 나는 발사믹 소스를 뿌려 토마토와 같이 먹는 카프레제나 샐러드에 넣는 리코타 치즈 정도가 무난한 수비범위다.


어느 치즈나 특유의 우유향을 베이스로 저마다 독특한 발효향이 난다. 물론 진짜 치즈향이라기보다 치즈맛을 더하기 위해 첨가한 인공향을 맡은 것 일거다. 바나나맛을 내기 위해 우유에 넣는 바나나맛 식품첨가물처럼. 치즈장인이나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그 차이를 섬세하게 분별하지 못 할 거다. 청국장과 낫또 마니아고 홍어도 제법 즐기는 터라 강한 냄새도 잘 버티는 편인데, 치즈는 강한 냄새가 없는데도 잘 즐기지 못한다. 냄새보다 맛의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듯하다. 아직 내 후각 세포 사이사이에 스며들 시간과 경험이 부족한 낯선 남의 나라 음식인거다. 그래서 대형마트나 외국식품매장에 어마어마한 치즈들 앞에서 구경과 시식은 잔뜩 하면서 선뜻 집어 들지 못한다. 아무래도 내 후각세포는 보수인가보다.


집으로 들어가면서 배달 어플을 켠 덕에 집에 도착해 씻고 나오자 바로 피자가 도착했다. 난데없는 엄마의 한 턱에 좋아라하는 큰 도령과 작은 도령은 얼른 한 조각씩 집어 들고 먹기 시작한다.

“엄마, 티비에 나오는 피자광고 있잖아, 그거 치즈가 늘어나는 거, 다 뻥이다. 진짜 치즈 아니래. 그래서 우리가 사먹는 피자는 그렇게 안 늘어나는 거야.”

요새 유튜브로 알 수 없는 영상들을 한창 보는 둘째가 한 마디 거든다.

“중국에서 치즈를 안 먹었는데 요즘에 먹기 시작하면서 치즈 가격이 올랐대.”

중학생다운 시사상식으로 허세를 부리는 형아.

“나는 치즈 모양이 신기해. 구멍이 뚫린 치즈를 진짜로 봐 보고 싶어. 그...카만...캉베.,,뭐더라?”

“까망베르.”

“아, 카만베르, 그 치즈도 먹어보고 싶어. 근데 그거 형아 곰팡이래”

“우웩”

“그리고 치즈 냄새도 엄청 독하다더라”

난데없이 온갖 치즈 TMI들을 묻지도 않았는데 꺼내서 이것저것 떠들어댄다. 낮에 둘이 무슨 영상을 봤던 건지 묻지 않아도 알겠다.


곁들여 먹을 맥주 한 캔 꺼내오니 좀비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처럼 치즈만 뜯긴 채 남겨진 도우가 나를 쳐다본다. 요놈들, 또 치즈만 먹고 빵만 남겼겠다!

온갖 먹거리 얘기가 치즈 늘어나듯 곁들여 지는 사이, 콜라로는 아쉬워 맥주 한 캔 꺼내러 잠시 일어섰다. 이미 양파와 올리브가 분해된 접시를 보며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채소도 다 먹기, 치즈만 뜯어먹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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