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공을 아십니까?

당신에겐 없는 -

by 피어라

세계 인구의 5%만이 가지고 있다는 귓바퀴 주변의 작은 구멍. ‘이루공’. 이름 그대로 귀주변의 작은 구멍이다. 인류가 아가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있단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유전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나는 알고 있다. 내 주변 지인들 통틀어 ‘이루공’이라는 말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바로 밑에 여동생과 남동생 네 둘째 조카한테 이 구멍이 있으니 이게 유전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 이루공은 그저 작은 구멍이 있을 뿐, 일상생활에 불편함이나 문제점은 전혀 없다. 단지, 구멍 안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면 악취가 나서 불편하니 병원에서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대개 잘 씻지 않거나 자주 만져서 덧나는 어린아이들인데, 전신마취를 해야 해서 생각보다 큰 수술이 된다.


내가 4학년, 동생이 1학년 때 쯤, 우연히 동생 귓바퀴 앞쪽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어, 이거 뭐냐? 너 얼굴에 구멍 나 있다.”

자기 얼굴에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이 거슬려서인지 신기해서인지 동생은 선선히 자기 얼굴을 내밀며 자세히 봐달라고 부탁했다.

아마 살짝 부어있었을 거다. 무심결에 튀어나온 부분을 검지 두 개로 살짝 눌러보았다. 상처가 덧난 고름을 짜듯이 사알짝 힘을 준 순간, 찌이익! 실같이 가느다란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어, 뭐야, 손에 묻어난 누리끼리한 액체 비스무리한 것의 정체를 어린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순간 훅하고 다가온 냄새는 막을 새도 없이 콧구멍을 지나 뇌 속에 꽂혀버렸다.


뭐라고 표현할까. 꼬질한 애벌레 두마리가 서로 치대는 듯한 꾸리꾸리한 냄새? 청국장과 치즈를 한데 넣고 습한 곳에서 3일 놔두었을 때 나는 냄새를 아주 여리게 희석한 냄새? 색은 비스무리하게라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냄새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배꼽 파던 손으로 하수구를 만진 후에 덜 씻고 콧속에 넣은 듯한 냄새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다.


“우웩, 이상한 냄새 나.”

“그지? 이상하지?”


바로 손에 묻은 고름을 닦아내는 동안 동생은 자기 스스로 구멍 부위를 만지더니 코에 가져다 댔다. 그리곤 괜히 목소리를 낮춰 냄새가 이상하다며 킥킥 웃었다.

그 후로 이상하게 이루공 속에서 튀어나온 실고름 냄새가 종종 떠올랐다. 가끔가다 생각나면 동생 귀에 달라붙어 이루공을 손으로 눌러 고름을 짜곤했는데, 동생도 언니도 변태로 대동단결한 집안이라서 짜내면 동생은 시원해했다. 뿐인가, 자신의 몸에서 배출한 실고름에 뿌듯해하며 같이 코를 찌푸리며 악취를 맡곤 했다.


몇 년을 그렇게 이루공을 만지며 지냈을까? 서로 중학생이 되며 자연스레 각자의 몸에 손을 대지 않게 되었고, 더 이상 냄새도 맡지 않게 되었다. 굳이 이상한 냄새를 찾을 필요도 없이 몸 여기저기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던 나이가 되어서기도 할테고. 각자 아이를 둘 씩 낳아 키우고 있는 중년인 지금, 가끔 시큼한 그 냄새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 정도로 강하게 강인된 악취라서 일까? 몸에서 나는 냄새도 놀이였던 시절, 둘이 살을 맞대고 노닥거리던 어린 날의 기억이기 때문일까? 냄새 때문이라고만 하면 너무 변태 같으니 훈훈하게 두가지 다라고 말하고 훈훈하게 마무리해야지.




덧 - 아직 조카의 이루공을 건드려본 적은 없지만, 분명 조카에게서도 내가 맡았던 냄새와 꼭 같은 냄새가 나리라 확신한다. 언젠가 꼭 맡아서 확인해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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