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서 냄새가 빠져나온다

풍선이 쪼글해지는 것은 바람이 빠져나가서다

by 피어라

동물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이 동물의 연령을 추측하는 장면이나, 고고학 프로그램에서 뼈를 보고 나이를 계산하는 장면을 볼 때 마다 신기했다. “이가 몇 개고 골반 뼈가 벌어진 게 어떻고 뭐가 발달해서 그러니까 얘는 몇 살입니다.”

만약 외계인이 인간을 관찰한다면 냄새로 나이를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얘는 젖냄새가 나서 1살이고, 쟤는 마른햇살냄새가 나니까 5살쯤이고, 걔는 음순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니 40대에서 50대사이입니다.” 이렇게.


출산과 육아를 겪고 나서 적응하기 힘든 내 몸의 변화 중 하나가 요실금이었다. 늘어진 어딘가의 근육이 조금만 뛰거나 웃어도 소변이 찔끔 새게 만들어버렸다. 이건 축 늘어진 가슴이나 쪼골쪼골한 뱃살보다 훨씬 치명적인 상처다. 심장이 멈추면 그냥 죽는 거지만, 직장에서 똥오줌이 줄줄 새면 사회적으로 죽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앉아있으면 밑에서 올라오는 소변과 분비물 냄새가 느껴져 화장실도 자주 들락거렸고, 그럴수록 더 스스로의 냄새에 예민해져갔다.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속옷을 갈아입고, 청바지도 하루 입으면 세탁해야했다. 아, 청바지 쯤은 일주일 씩 안 빨아도 되는 옷 아닌가? 무릎이 나오고 때가 탄 듯 안 탄 듯 입어야 빈티지한 멋이 나는 건데, 매일같이 청바지를 빠는 게 왠지 억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시간이 약인 법.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요실금은 저절로 좋아졌다. 늘어진 근육이 정신을 좀 차린 거다. 안심하고 3,4일 쯤 청바지를 입어도 괜찮을 때 쯤, 또 다른 성질의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랬다. 분비물에서 나는 냄새가 젊을 때와 달랐다. 이건 그저 노화로 인한 냄새였다. 씻어도 씻어도 냄새가 의식됐고, 고민 끝에 약국에서 여성청결제를 구입했다.


기대 반 씁쓸함 반으로 처음 청결제를 사용하던 순간, 몸에 닿자마자 화-하게 퍼지는 느낌이 시원했다. 싸하면서 은은한 허브향. ‘아, 이 냄새!’ 목욕 후 엄마한테서 느껴지던 미스테리한 냄새의 정체를 깨달았다.



“질 내 유익균을 위해 적절히 사용하고 재구매 의사 있음.”


내 맘 속에 사용 후기를 적으며 꼼꼼히 물기를 말리는데 피식, 하고 자꾸 웃음이 났다.

이렇게 진성 아줌마가 되어가는군. 피식 피시식 푸슈슉-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내 몸에서 냄새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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