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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상 Jan 27. 2019

우리 커핑할까요?

커피를 다양하게 느끼는 또 하나의 방법. 커핑, 어렵지 않아요!

초등학교 과학 시간 프리즘을 이용해 무지개를 만들었던 신비로운 기억은 나에게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아무 색깔도 없던 과학실 한 구석 창문에 떨어지는 빛줄기에 삼각형의 프리즘을 가져다 놓으면 여러 색깔 무지개로 퍼지는 모습은 과학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도 아직까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커핑은 마치 커피에 프리즘을 가져다대서 커피를 늘어놓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커피 원두는 평소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더치커피로 추출된 커피만을 즐기던 우리에게 커핑을 통해 이야기한다.


“사실 나 말이야. 엄청 화려하기만 한 건 아니야. 달콤함과 진한 여운도 있다고. 그리고 저 옆에 쟤 말이야. 쟤는 엄청 고소하다? 아몬드 우유 같이 말이야. 자, 한 번 느껴봐. 어때? 내 말이 맞지?”


커핑은 이렇게 그동안 그저 이 커피는 신 맛이 있네? 혹은 묵직하고 고소하네. 정도로 넘어가던 커피의 맛을 더 다양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커피를 직업으로 하는 바리스타에게도 어쩌면 커핑은 생소한 일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가 아니라면, 생두 각각의 맛을 구분하고 분류할 기회나 필요를 못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커핑을 접할 기회 자체도 많지 않다. 막상 어찌어찌해서 커핑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에 곧 주눅 들어 버리고 만다.


커핑은 주로 커피를 생산, 수확하는 현지에서 맛을 평가하기 위해서나 국내로 생두를 수입한 업체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 커핑이 일반적이다. 커피 비즈니스와 연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커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커피 추출방법보다 더 직관적이고 쉽게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집에서도 쉽게 커핑을 할 수도 있다.


1. 일정량의 원두를 커핑에 적합한 굵기로 분쇄한다.


2. 분쇄한 원두를 커핑 컵에 담고 향을 맡는다. 물에 젖지 않은 그라인딩 한 커피를 통해 드라이 아로마를 느낀다.


3. 컵에 물을 부어 물에 젖은 커피의 윁 아로마를 느낀다.


4 약 4분이 지나면 잔 표면에 올라온 커피를 커핑 스푼으로 깨 주는 브레이킹을 통해 뭉쳐진 윁 아로마 상태의 커피 향을 터뜨려 향을 맡는다. 이때 커피 잔 아래까지 숟가락으로 깊숙하게 저어주지 않아야 한다.


5. 깨뜨린 거품을 거둬낸다. 깨끗하게 거둬낼수록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는데 유리하다.


6.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맛이 변하는지 기억하며 맛을 본다. 슬러핑과 스니핑이라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꼭 특별한 기술이 아니어도 맛을 보는 데에 크게 어려움이 되지는 않는다.



요즘은 비즈니스 커핑이 아니라 함께 편한 분위기에서 커핑을 나눌 수 있는 퍼블릭 커핑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나 역시 매 달 퍼블릭 커핑을 진행하고 있다. 주변의 마음이 맞는 로스터들과 함께 생두를 준비하고 각자의 로스터기로 로스팅해 매주 모인다. 그렇게 매주 모여서 나눈 커핑으로 그 달의 퍼블릭 커핑 주제를 정하고 사람들을 초대해 커핑을 함께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료로 진행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 참가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커핑을 처음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문의가 있다.


“저 커핑이 처음인데, 폐가 되지는 않을까요? 정말 처음인데 괜찮을까요?”


“네. 정말 괜찮습니다.”


사실 커핑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비즈니스 커핑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대화 없이 커핑을 하는 슬러핑 소리만 들리며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아무래도 맛있는 생두를 구매하기 위해 집중해야 하고 그건 곧 큰돈을 지출하는 일이기 때문에 날카롭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퍼블릭 커핑은 그런 부담이 없기 때문에 가볍다. 편안하게 지금 맛본 커피를 이야기하고 맛보는 과정에서도 그 커피를 로스팅한 로스터에게 자유롭게 질문한다.


“커핑이 어려운 줄 알았는데 너무 즐거웠어요. 평소에 산미 있는 커피를 피했는데, 왜 산미 있는 커피를 마시는지 그 매력도 알게 됐어요.”


가장 뿌듯한 이야기다. 커핑은 어렵지 않다. 다만 기존의 무거운 분위기가 어려운 기분을 만든다.


오늘은 우리 커핑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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