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채팅으로 만난 여인 02​

― 대면의 공기

채팅으로 만난 여인 02.

― 대면의 공기



약속 장소는 합정의 어느 조용한 카페였다.

정확히는 그녀가 먼저 제안했다.

“사람이 많지 않지만, 지나치게 한적하지도 않은 곳이면 좋겠어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조용한 공간에 처음 만나는 사람이 앉아 있는 건, 서로에게 너무 많은 설명을 요구하는 일이니까.


나는 먼저 도착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카페는 음악이 없었고, 커피 내리는 기계 소리와 가끔 들려오는 작은 웃음소리가 전부였다.

밖에선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지나갔다.

오전 11시 30분, 겨울이 끝나가는 계절의 희미한 햇빛이 테이블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약속 시각보다 2분 늦게 도착했다.

검은색 울코트, 회색 목도리, 단정하게 묶은 머리.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낯설지 않았다.

마치 어느 풍경 속에서 이미 몇 번쯤 스쳐간 사람처럼.


“기다리셨어요?”

그녀는 아주 짧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금방이었어요.”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다가 동시에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 묘한 동기화는 어색함을 덜어주었다.


커피는 그녀가 아메리카노, 나는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그녀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실제로 뵈니, 더 말이 없으시네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 말할 때의 내 속도가 조금 더 편해서요.”


그녀는 창밖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말보다, 사이에 흐르는 정적이 중요할 때가 있어요. 말이 없을수록 어떤 감정은 더 또렷해지니까.”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그녀가 물었다.

“그, 등대 이야기, 그건 진짜였어요?”


나는 잠깐 멈췄다가 대답했다.

“네. 아주 조용한 하루였고, 그래서 오래 남았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커피잔을 다시 들어 입을 댔다.

바람이 불었고, 창밖 가로수의 마른 가지들이 잠깐 흔들렸다.


그렇게 우리는 한 시간쯤, 천천히 말하고 길게 침묵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다음에 또… 얘기할 수 있겠죠?”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럼요,”라고 답했지만, 목소리는 마치 독백처럼 가볍게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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