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 이끌리오
지미 카터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퇴임 이후 가장 도드라지는 행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답게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자선 활동에 힘쓰고,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고령인 지금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노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고 있는 지미 카터의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은 그런 의미에서 노후를 앞둔 이들에게 교과서가 될 만한 텍스트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은 아주 오래전에 구입한 책이지만 이전에는 남 얘기처럼 여겨져서 읽기를 주저했던 책이다. 하지만 40대 중반이 넘은 지금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과연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서재에 묵혀두었던 책을 꺼내어 읽게 된 것이다.
올해가 2025년이니 1999년에 초판본이 나온 것을 감안해도 25년이 넘은 책이다. 작년에 유명을 달리한 지미 카터가 비교적 젊었을 때(?)인 70대 중반 즈음에 쓴 이 책은 은퇴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사람답지 않게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소탈한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다.
성공적인 인생이라는 부분을 보면 <USA 투데이>지의 통계를 인용한 내용이 있다. 미국인들의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는 상위 여섯 개의 항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다.
- 인생에서의 만족
- 자기 조절
- 행복한 결혼
- 직업적 성공
- 중요한 일들을 해내는 능력
- 잘 자란 아이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인생의 중요한 성공 요소라고 응답한 사람은 25% 미만이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지미 카터는 이 중에서 자기 조절 능력을 가장 큰 성공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이 먹는 과정에서 성숙해 가기보다 인생을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행복의 근원을 가족에게서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1인 가구의 세대가 많던 때는 아니라서 가족의 의미는 더욱 인생에서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핵가족화가 진행된 지금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이 든 사람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충고의 말을 전한다.
- 담배 피우지 말 것
-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것
- 정기적으로 운동할 것
- 콜레스테롤 · 포화 지방 · 설탕 · 소금 함량이 높은 음식을 될 수 있는 한 적게 먹을 것
- 지나친 음주는 피하고 술을 마셨을 때는 운전하지 말 것
- 안전띠를 맬 것
- 총기를 집에 두지 말 것
- 혈압 재는 것을 비롯해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을 것
그러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생명을 연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병원이나 의료 기관, 첨단 기술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칠십 대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장에서는 나이가 더 이상 장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의 지론대로라면 일흔에 가까워졌다면 연습은 충분히 한 셈 일 테니까 말이다. 낚시, 등산, 조류관찰, 스키, 테니스, 저술활동, 목공일, 사냥 등을 하는 것이 가능한 노년기라면 저자는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지 않을 수 없다.
‘나이 든 사람들도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명제다. ‘무언가 베푸는 일을 결코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은 저자의 행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아직 각지에서 봉사에 전념하고 있는 그의 정력적인 활동들은 나이 든다는 것이 결코 죽음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과 맞설 운명에 서 있다. 그 누구도 죽음을 거부할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미 카터가 말하는 ‘마지막 순간과 맞서기’에 나오는 문구는 마음을 찡하게 한다.
‘멋진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도 그리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