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 빨간소금
요즘 플랫폼 기업이 대세다. 세계적인 일류기업을 보면 대부분 플랫폼 기업임을 알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테슬라까지. 이런 기업들은 곧잘 혁신적인 기업으로 불리곤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한국 기업도 플랫폼 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대표 포털사이트로 금융 분야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으며, 카카오 또한 다양한 서비스로 플랫폼 기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은 배달의 민족이라고 한다. 그만큼 배달이 일상화된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택배를 비롯한 배달 사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의 삶은 어떨까? 얼마 전 추석 명절을 앞두고 택배 노조가 선별작업을 거부하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과 하루 만에 투쟁을 철회하긴 했지만 그 속 사정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라이더가 말하는 플랫폼 노동의 현실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으로 <이것이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알바들의 유쾌한 반란>,<최저임금 1만원> 등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반영한 저술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고 애쓰고 있다.
라이더를 보면 선입견이 있었다. 도로에서 신호를 거부하는 것은 기본이고, 마치 폭주족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배달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배달에는 10대와 20대가 주로 일하는 직업, 잠깐 하다가 마는 부업, 엄청난 수익, 양아치들의 일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편견들이다.
사람은 대개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개인적으로 그랬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라이더 노동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해야 될 정도로 이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머리말을 보면 '21세기 러다이트를 꿈꾸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19세기 산업 혁명 시절에나 일어났던 일들이 아직도 재현되어야 할 상황이라면 그만큼 배달 노동자들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저자는 2018년 '폭염수당 100원' 1인 시위부터, 2019년 5월 1일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출범까지 배달 산업에 대한 똑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의 애인은 그런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을 외울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안에 무관심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는 다른 서비스다.
- 배달 라이더는 늘찬 배달업으로 분류되어 퀵서비스 특고산재가 된다.
하긴 이런 말을 듣는다면 십중팔구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 계통에 근무했던 노동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책을 읽고 개략적이나마 이해를 하긴 했지만 사실 배민라이더스라는 서비스가 있는 것조차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배달의민족이라는 서비스는 워낙 유명해서 국민앱으로 불릴 정도지만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복잡한 메커니즘은 혁신적인 플랫폼 기업의 민낯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라는 책의 제목을 보면 플랫폼 자본주의가 빚어낸 현실을 목도할 수 있다. 승객과 운송 차량을 연결해 주는 모바일 서비스인 우버 택시라든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등 공유 경제 시스템에 기반을 둔 이런 사업들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배달의민족 또한 그런 플랫폼 기업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는 괴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플랫폼 자본주의 속성의 폐해를 데이터를 축적한 독점력에서 찾고 있다. 소비자들은 간단한 앱을 통해 편하게 되었지만 이런 시스템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복잡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비롯하여 노동과 관련된 법이라든지 알아야 할 사전 지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복잡한 사회법 구조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자본주의 생태계가 결코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살다 보니 정작 노동 현실에 큰 관심도 없었고, 문외한이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수십 년 전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았던 전력이 있고, 소위 알바라고 불리는 파트타임 노동자로 일자리를 전전했던 시절들을 돌이켜 보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라이더 노동자들의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것은 라이더 노동자들이 이제는 비정규직이나 알바라는 이름표 대신 '사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현실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칼의 노래>로 유명한 김훈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쓴 평에서 플랫폼 자본주의 속성을 그대로 까발린다.
플랫폼은 인간의 일상 전체를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확보하고 여기에 노동을 접속시켜서 이 연결을 이윤의 원천으로 삼는다. 플랫폼은 그 거대하고 치밀한 망(網) 안으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이 시간과 기능을 세분화해서 자기 착취의 구도 안에 가둔다. 플랫폼에서 노동자들은 플랫폼에 고용되어 있지 않고 스스로 사장이며 고립무원의 단독자이다. 플랫폼은 자본주의의 거대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 존재 방식은 신기루와 같고 허깨비와 같아서 법과 제도로 규제하기 어렵다.
저자가 다소 거친 표현으로 21세기 러다이트를 꿈꾸고 있다고 말하는 데는 러다이트 운동을 단순히 기계 파괴 운동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보다 못한 취급을 받던 노동자들이 기계를 소유한 인간들에 대항해 벌인 투쟁이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인식은 플랫폼 자본주의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장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