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 웅진지식하우스
프롤로그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2019년 방송된 NHK 다큐멘터리 <욕망의 자본주의 2019: 거짓된 개인주의를 넘어서>의 내용을 엮은 텍스트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5명의 석학들이 기술, 자본, 문명의 대전환에 대한 사유와 고찰을 담고 있다. 책의 내용은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사피엔스>라는 저작으로 알려진 유발 하라리는 자본주의 문명의 미래를 읽어내는 역사가로 ‘현대 자본주의 앞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접근한다. 1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자유 시장이라는 신화, 자본주의라는 종교를 비롯하여 자본주의의 엔진이라고 하는 욕망, 권한의 분산으로 승리한 자본주의, 빅데이터, 감시자본주의 시대의 도래, 인공지능 등 폭넓은 방향에서 자본주의의 실체와 나아갈 바를 진단한다.
2장에서 ‘거대 디지털 기업들은 세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하는 물음에 답하고 있는 스콧 갤러웨이는 <플랫폼 제국의 미래>라는 저서를 통해 GAFA, 즉 Google, Apple, Facebook, Amazon과 같은 기업들에 대한 지배력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지식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도 이들 기업들에 대한 비판은 지속된다. 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합법적인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일갈하는 것도 이들 기업들로 인해 고용이 파괴되고, 혁신이 가로막히는 현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거대 독점 기업이 분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GAFA가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스콧 갤러웨이는 공정한 규칙과 경쟁할 자유 회복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99퍼센트가 1퍼센트의 하인이 되는 사회에서 우리가 다다를 수 있는 곳은 전쟁, 기아, 혁명일 수밖에 없다. 고로 GAFA에 맞설 강력한 지도자의 탄생을 갈구하는 것도 이들 기업들이 인류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폐해를 단절시키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3장은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수학자로 비트코인의 뒤를 잇는 이더리움과 카르다노 개발에 참여했던 찰스 호스킨슨이 ‘암호화폐는 어떻게 잠들어 있는 부를 깨우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부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펼쳐놓는다. 이 장에서는 주로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여기에서도 여지없이 GAFA가 등장한다. 찰스 호스킨슨은 GAFA를 약화시킬 기술로 암호화폐에 적용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지목한다. 블록체인이 자본주의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은 더욱 풍요로운 세계를 실현하고 더욱 완벽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구현해 줄 여러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 밖에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처럼 우리를 밝은 미래로 이끌어주는 도구는 많습니다. 하지만 시시각각으로 사실을 기록하는, 수정 불가능한 거대한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은 평등한 시장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입니다.
이런 기술의 도입은 정부의 개입 없이 최적의 규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도 잇닿아 있다. 고로 기본적으로 선을 행하며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찰스 호스킨슨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기술 발전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겠다.
4장은 2014년 독과점 기업 규제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툴루즈 경제대학교 교수인 장 티롤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부에 대한 담론을 펼쳐간다. 이 장에서는 시장에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 무지의 장막이론 등 시장과 관련된 내용들을 토대로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명철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디지털 경제에 등장한 글로벌 독점 기업에 대한 폐해를 진단하고, 이들로 인해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암호화폐는 사회에 유익하지 않으며, 금융 시장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질타한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방임이 아닌 책임이며, 인간은 항상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통해 인간 행동 패턴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한다. ‘시장은 거울이다’라는 부분에서는 시장이 우리 세상과 우리 마음을 보여줄 뿐 어떤 사회적 관계를 강화 또는 약화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5장에서는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저작을 통해 독창적 사유를 펼쳤던 독일 본 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탈진실의 시대에 가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부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진정한 인공지능은 존재할 수 없다’라는 주장을 비롯하여,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은 기계의 배후에 있는 누군가다’라고 지목하며 거대 IT기업의 대두와 SNS로 인해 인간이 도리어 지배를 받고 있는 현 상황을 진단한다. 이런 진단의 연장선상에서 ‘소셜 미디어는 가장 더러운 카지노’로 전락하기도 한다. 또한 소셜 미디어가 초래한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터넷이 민주주의를 붕괴시킨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다소 현학적이고 생소한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자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가 만든 탈진실, 자연주의와 종교가 지배하는 미국, 인간의 자유와 우연을 파괴하는 자연주의, 신실재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 등 철학적인 사유에 기반을 둔 내용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5인의 석학들과의 대담을 정리하고, 뒤르켐의 연대에 대하여, 애덤스미스의 인간관, 하이에크의 자율관,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이성의 한계, 진정한 개인주의에 대해 NHK 총괄 프로듀서인 마루야마 슌이치의 견해를 담았다.
코로나19가 도래하기 1년 전의 상황을 토대로 대담을 한 것이라 이 책에 등장했던 석학들의 견해는 일정 부분 수정할 수 있는 여지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지엽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장과 명철한 견해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현실적인 상황인식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기술과 자본, 문명의 대전환이라는 거대담론을 알기 쉽게 풀어내 주었던 석학들의 지혜에 경도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