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젠바움 / 이코노믹북스
스티븐 로젠바움의 전작 <큐레이션>을 통해 정보화 혁명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험하게 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큐레이션 실전편>은 이에 더해 ‘만족스러운 큐레이션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북’이란 부제에 걸맞게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큐레이션이라는 신개념의 키워드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한 번만 책을 읽고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개념들과 접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사이트와 플랫폼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찾아 선별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텍스트의 성격과는 아랑곳없이 <큐레이션 실전편>은 온통 정보로 가득했다. 이 두툼한 책 한 권 속에서 과연 큐레이션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아내고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키워드를 발견하여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한 편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접근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전체적으로 가독성 측면에서 조금 난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6부로 구성되어 있다. 큐레이션이 뜨는 이유, 핵심 원칙들, 위대한 큐레이터들, 각종 툴과 기법들, 황야에서의 큐레이션, 준비 설정 큐레이션이라는 항목으로 분류하여 내용을 배치했지만 제목만 보고서는 그 의미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고로 책의 도입부인 ‘이 책의 사용법’에서 언급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책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겠다.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은 빨리빨리 대충 읽어나가거나 읽던 데를 표시해 두고 건너뛰기도 하는 등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도 좋다. 이 책의 모든 장이 모든 독자에게 필요한 건 아니며, 이 책 속에 나오는 모든 툴과 해결책이 당신의 문제들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접근해 본다면 개인적으로 Part3의 ‘위대한 큐레이들-누가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는 항목에 집중하고 싶다. 왜냐하면, 여기에서는 큐레이션과 관련된 플랫폼의 탄생 배경, 소셜미디어와의 관계, 방향 등에 대해 세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버즈피드, 업워디, 웨이와이어, 레딧-크라우드 큐레이션, 텀블러, 핀터레스트, 브레인 피킹스. 마리아 포포바, 버치박스 등 여태껏 들어보지도 못했던 생소한 큐레이션 플랫폼들은 그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다양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적 접근을 수월하게 하는데 일조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핀터레스트는 이미지 큐레이션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일찍이 그 진가를 확인한 적이 있다. 고로 큐레이션이라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탄생한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정보화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블로그를 위시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탄생에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책의 핵심은 책의 말미에 있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존중하라’는 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의 메시지는, 그리고 그간 내가 해온 일과 내가 그 탄생을 도와온 큐레이션 기술의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다. 이 세상은 인간 중심의 유연한 큐레이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 홍수의 사회 속에서 큐레이션의 역할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구글의 검색서비스처럼 단순히 정보를 단순하게 배열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질적으로 우수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발굴할 수 있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거의 만능으로 대접받고 있는 현시대적인 상황에서 인간 중심의 유연한 큐레이션 기술을 통해 정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쇼킹함을 넘어서 아직도 인류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역설적인 것은 인간의 힘으로 큐레이션의 가치를 재설정하고 있는 작업 또한 인공지능의 힘을 빌린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의 탄생을 예고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로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 중심의 큐레이션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큐레이션이라고 하는 것은 진화된 인간 중심적 정보화 과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