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젠바움 / 이코노믹북스
저자인 스티븐 로젠바움은 큐레이션을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신을 ‘콘텐츠 큐레이터’라고 명명하고 있는 그는 이 책 <큐레이션>을 통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놀라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AI와 로봇들이 판치고 있는 세상에서 여전히 인간의 가치를 역설(力說)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 쏟아지는 찬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몇 가지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거시적인 생각과 현실적인 보고, 미디어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필수 안내서.” - 스펜서 라이스
“로젠바움은 정보 과잉에 대처할 방법을 알고 있다.” - 더글러스 러시코프
“디지털 세계가 향후 10년간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실용적인 지침서.” - 하워드 모건
인용된 문구만 보더라도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가 주창하는 큐레이션의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저자는 친절하게 큐레이션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정의를 내린다.
- 큐레이션은 인간이 수집·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서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 큐레이션은 선별하고 재구성하여 표현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이다.
- 큐레이션은 일상을 압도하는 콘텐츠 과잉과 우리 사이에 인간이라는 필터 하나를 더 두어서 가치를 더하려는 노력이다.
- 큐레이션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의 양과 한눈에 알기 쉬운 정보라는 양립적인 트렌드를 중재하는 개념이다.
이런 정의를 보면 정보화 시대에서 더 이상 인간이 기계의 부속물처럼 취급을 받지 않고도 가치 있는 정보의 재구성자로서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한 대로 로힛 바르가바가 소셜미디어 투데이닷컴에 기고한 큐레이션 선언문을 보면 콘텐츠 큐레이터에 대한 직무기술 범위를 확정할 수 있다.
…… 중략, 이 직업의 목적은 연관성이 가장 높은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서 널리 전파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콘텐츠 큐레이터라고 한다. 온라인상에서 질 좋은 콘텐츠를 수집·공유하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콘텐츠를 가치 있게 퍼블리싱하여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시민 편집자 역할을 자처하는 콘텐츠 큐레이터가 앞으로 소셜 웹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조만간 소셜 웹에 더 많은 가치와 질서를 부여할 것이다. 아울러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 메시지 대신 가치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대화를 유도함으로써 기업이나 기관이 고객과 접촉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의견과 관점을 보완해 줄 수도 있다.
큐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로 저자는 잡지를 편집한 잡지인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최초의 뉴스매거진으로 인정받고 있는 <타임> 지를 든다. 이들 매체는 독자적인 기사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콘텐츠를 수집, 선정, 요약하여 재가공한 기사를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물론 이런 큐레이션을 두고 저작권을 도적질 한 파렴치한 행위로 폄하하기도 하고, 손도 안 대고 코푸는 격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갈수록 저작권의 가치가 확고해져 가는 사회에서 이런 우려 섞인 평가는 분명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이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정보의 판별자로서 콘텐츠 큐레이터의 가치는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일갈하는 것이다.
Part 3의 큐레이션의 미래와 성공에서는 이런 큐레이션의 가치가 어떤 식으로 미래에 대응하여 새로운 정보의 재창조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다양한 각도에서 그 가능성과 한계점, 나아갈 방향을 밝혀준다. 큐레이션 자체가 워낙 생소한 개념이라서 책을 읽으면서도 그 가치를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큐레이션에 대한 개략적인 정의 이외엔 그 어떤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몇 년 전에 ‘코로나(COVID-19) 일상이 가져온 미디어 이용의 변화’라는 기사를 읽고, 이를 재편집하여 블로그에 올린 일이 있다. 예상외로 반응은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몇 장이나 되는 기사를 고작 A4용지 한두 장 정도로 압축하여 재가공한 이 글이 아마도 큐레이션의 사례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이 <큐레이션>이라는 책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우리가 거의 맹신하고 있는 인터넷상의 검색서비스가 질적으로 우수하고 적확한 정보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저자의 우려 섞인 시선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창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만물박사로 여겨지던 AI의 공포에서 한 걸음 벗어나 인간의 지적 능력과 선별하는 감각으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새로운 축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고로 <큐레이션>은 그동안 인공지능, 자동화 등의 패러다임으로 기계에 우선적인 지위를 부여했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뒤엎을 수 있는 저작으로서 인간의 새로운 능력을 부각한 혁명적인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