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거대한 면적을 차지한 패권국가지만
막상 미국 곳곳을 들여다보면 미국처럼 되고 싶지는 않아 진다.
엄청난 소비와 현란한 부의 과시가 번쩍거리는 동시에
지독한 불안과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이 공존한다.
외부로 공격성이 표출되는 총기사고가 흔하고
내면으로 좌절이 파고드는 약물중독도 다반사여서,
몇몇 도시, 특정 거리에는 약물중독자들이 모여든다.
약물 부작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해 반쯤 꺾인 자세로 거리를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흔히 카메라에 잡힌다.
유튜브에는 이렇게 황폐한 풍경을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수두룩하지.
거리에 어둠이 물러나고 아침이 밝아온다.
낡은 건물들이 늘어선 쓰레기가 널린 여기저기에
캠핑 의자 앉아서, 휠체어에 기대어,
상자 쪼가리를 깔고 누워서 혼자 혹은 두엇, 잠에 빠진 사람들.
자동차가 쌩 지나가고,
간혹 출근하는 사람이 바쁘게 걸어간다.
시간이 좀 더 지나 해가 뜨고 거리가 환해졌다.
도로에는 더 많은 자동차들이 달려가고
교차로마다 신호등이 깜빡거리지.
몇은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소유물이 담긴 비닐봉지를 챙겨드는데,
어떤 이들은 남의 집 벽에 의지해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이쪽저쪽, 사람의 형체를 갖춘 어떤 덩어리들이 여전히 누워있다.
웃통을 벗어던진 사람,
여러 겹의 옷을 껴입은 사람,
담요를 뒤집어쓴 사람.
봉두난발에,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
해가 중천에 떠오르도록 거리의 사람들은 그저 비틀거리며 걷거나,
되는대로 던져져 있거나,
몇씩 모여 웅성거리거나.
멍한 초점,
무표정하고 텅 빈 얼굴들.
활기차게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씻지도 않고,
자리를 잡아 아침밥을 먹지도 않았으며,
옷차림을 바꾸지도 않았다.
다큐멘터리들은 중산층이었다가 갑자기 길에 나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종종 다룬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유일한 이동수단이어서
더 이상 집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사람들도 가능한 한 자동차는 지킨다.
월세로 쉽게 집을 구할 수 있는 대신 수입이 끊기면 당장 집을 나와야 하는 구조.
대도시 변두리 어느 노숙자 캠프에는
밤새 자동차에서 불편하게 밤을 보낸 사람들이 있다.
아침이 오면 차에서 나와 화장실에 가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구호단체에서 배급하는 커피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한 뒤 자동차를 몰아 거리로 나서지.
일자리를 찾아 나선 것일 수도 있고,
겨우 얻은 잠깐의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걸 수도 있다.
그저 막연하게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도로를 달릴지도 모르지.
돌연 일자리를 잃었듯이 안정적인 직업으로 복귀하면 다시 자신의 집을 꾸릴 수도 있겠는데.
돌아갈 수 있는 고정적인 거처는 삶의 근본이다.
집이 있어야 생활에 필요한 내 소지품을 펼쳐놓고,
밤에 잠들고, 활기차게 아침을 맞으며.
아침밥을 차려먹고 몸을 씻고 옷을 입는,
새날을 맞이하는 의례를 치른다.
아침에 희망을 품을 수 없다면 인생은 잿빛이겠지.
비록 지금 집을 잃고 거리를 서성이더라도
아침을 포기하면 안 돼.
새로이 떠오른 해를 바라보고 가슴을 열어 크게 공기를 호흡하며.
꼭꼭 씹어 아침밥을 먹자.
오늘 열몇 시간의 가능성을 품고 있으니.
자꾸 바닥으로 가라앉는 마음을 추스르면서
부정적인 기운은 탈탈 털어내고.
내 인생의 특별한 오늘을 기원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거다.
아침은 우리더러 새로워지라고.
어제는 흘러갔으니,
어제에 얽매이지 말라고.
어제를 극복하는 오늘을 시작하라고 일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