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역, 연령대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생활방식을 조사한 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중년 여성들의 식생활이 상당히 부실하더라는 말씀을 하셨다.
혼자 밥을 먹게 되는 경우,
내 입에 들어갈 음식에 시간과 공을 들이기가 귀찮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상시적인 강박감이 내재되어서
혼자 있을 때는 대~충 끼니만 때운다는 거였다.
그래서 건강보조식품이나 각종 영양제들이 많이 팔리나 보다.
나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보다 밥으로 건강을 해결하자는 원칙이다.
되도록 골고루, 편중되지 않는 다양한 음식을 먹으려고 생각은 하고,
위생 문제에도 까다로워서 어지간하면 집에서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든다.
하지만 혼자 먹는 양이 적으니 한 번에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기 곤란하고.
번번이 반찬을 새로 만들고 치우는 일은 번거롭고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니.
어떻게 하면 더 쉽고 간편하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까, 궁리만 한다.
혼자서는 여러 가지 식재료가 들어가는 다채로운 밥상을 차리기가 어렵다.
한 끼에 보통 반찬 두어 가지를 넘기기가 쉽지 않으며.
한 가지 반찬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 있기 때문에 한번 만들면 여러 번 먹을 수밖에 없으니.
그래서 장을 볼 때 연속해서 같은 식재료를 사지 않아 시간을 두고서라도 폭넓은 식품군을 먹으려 노력한다.
땅과 바다와 하늘의 식재료가 골고루 들어가며 조리가 쉬운 음식으로는 각종 볶음요리와 찌개 종류가 있다.
볶음 요리는 재료 손질에 공이 들지만 조리 과정은 단순하다.
육, 해, 공 출신의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채소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혼자, 간편한 조리를 찾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시도한다.
예를 들면, 푸른 잎채소는 혼자 먹기에는 양도 많고 금세 상하며 손질이 번거롭다.
그래서 상추 대신 집에 있는 미역이나 해초를 불리거나 데쳐서 초고추장과 함께 고기에 곁들여 먹는다거나.
같은 재료를 월남쌈이나 샐러드 같은 다른 방식으로 조리하거나 한다.
한 가지 재료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든다.
이를테면 애호박 하나 사서 전을 지지고, 된장찌개에 넣고, 나물로 볶고, 국수 고명으로 얹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말리거나 냉동된 채소를 사기도 한다.
저장성이 좋고 필요한 만큼만 덜어 쓸 수 있으며,
사계절 언제나 같은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날 채소를 조리할 때와는 양념도, 조리방식도 달라져야겠지.
양이 많은 식재료는 주변 사람과 나누자.
이 부분도 쉽지 않은 게 요새는 집에서 매일 열심히 밥 해 먹는 사람 찾기가 어렵고.
식생활이 어느 정도 통하고 거리가 가까워야 식재료를 나눌 수 있으며.
서로 엇비슷하게 주고받아야 마음 상하지 않게 상부상조 관계가 유지된다.
일방적이면 오래가지 못한다.
한 번은 새송이버섯을 꼭 먹고 싶은데 1+1이라 너무 많아서,
내 옆에서 버섯을 고르시던 전혀 안면 없는 분께 한 봉지 나눠드린 적이 있다.
내가 다 가져온들 상하기 전에 두 봉지 해결할 자신이 없으니 그 편이 최선이었다.
혼자 밥을 먹어 좋은 점도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하고,
내 맘대로 좋아하는 밥상을 차릴 수 있으며.
느릿느릿 먹다 쉬다 해도 괜찮다는 점이다.
달지도 않고 싱겁게 먹는 나는 딱 내 미각만 맞추면 되니까 입맛이 다른 분께 죄송할 일이 없다.
종종 낯선 식재료들로, 새로운 조리방법을 시도해 본다.
모험의 즐거움이 있지.
그 시도가 성공적이면 맛있어 좋고.
아니라도 내가 한 실패작은 기꺼이 먹게 된다.
뭐가 잘못됐지? 곰곰이 되짚어보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연령, 소득 불문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일정한 에너지와 시간과 비용을 의도적으로 식생활에 배분해야 한다.
살림이 아직 손에 익지 않고 서툴러서 식당에서 사 먹는 편이 쉽고 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차근차근 조리도구와 양념 같은 기본 식재료를 먼저 갖추고,
계속 이것저것 요리를 시도하다 보면 점점 솜씨가 늘고 식생활의 이모저모에 눈뜨게 된다.
능숙해질수록 식생활 비용이 줄어들고,
어렵지 않게 건강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어느새 살림이 훨씬 쉬워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밥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매일, 매끼 해결해야 할 숙명이다.
미루거나 피하지 말고 씩씩하게 정면승부 하자!
밥은 곧 생명이고.
나에 대한 격려이며 사랑이고 삶을 향한 의욕이다.
정성 들인 밥은,
쓰디쓴 바다라는 인생길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뱃심을 키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