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외영업 주간보고서 2 25화
최근에 제품 한 품목이 좋은 반응을 얻어 아마존에서 판매량이 급증하였습니다. 이 제품은 처음부터, 경쟁사 제품보다는 판매가가 다소 높았습니다. 때문에 성분 등 기타 소구 포인트들을 활용하여, 나름의 방어를 하고 매출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왔습니다.
경쟁사 제품은 유명 브랜드에다가, 우리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희 제품보다 판매량 증가 속도가 더 빨랐는데, 최근 판매량 격차가 심화되는 듯하여, 모니터링을 해보니, 경쟁사에서 가격을 추가로 내려버린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더 낮아진 가격을 무기로, 저희 상세 페이지 하단에 배너 광고를 붙이니, 저희 페이지로 유입된 고객들이 경쟁사 페이지로 유실되면서, 우리 품목의 매출에 조금 더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대체 어쩌자고, 이렇게 가격을 내려버릴까?"
당사보다 많은 품목을 지닌 경쟁사에서는 해당 제품에서 출혈이 조금 일어나도, 다른 포트폴리오에서 보완하는 전략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도 너무 무모한 가격 조정으로 보였습니다.
경쟁사 제품 페이지를 샅샅이 살펴보고 나서, 씁쓸한 미소가 제 얼굴에 번져버렸습니다. 경쟁사 제품 하단 광고 섹션에, 그 제품을 똑같이 베낀 중국산 '짝퉁'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0.01$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고 광고를 걸어 판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 짝퉁 제품이 워낙 저가로 아마존 판매 점유율을 차지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보다 낮게 맞춰 판매를 하려 하였으나, 최후 일격으로 가장 낮춘 가격마저도, 중국산 제품은 그보다 0.01$ 더 낮게 판매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저가를 공세로 한 중국 제품"
결국, 해외에서도 중국산 제품과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경쟁사의 낮은 가격, 경쟁사는 중국산 '짝퉁' 제품의 낮은 가격으로 인해 줄줄이 물고 물리면서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웨비나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 비결은 미국에서 한 끼 식사 정도 되는 비용으로 고기능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즉 '가성비'를 잃어버린 한국 제품은 소구 포인트를 잃는다는 말인데, 그 가성비 있는 가격마저도 중국산 제품이 억지로 끌어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일을 해보면, 제가 파는 제품은 항상 비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내려달라는 거래선 혹은 소비자들의 요청을 많이 받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제조 원가 반영하여, 계산한 마진 폭을 무시하고, 공급가 혹은 소비자 가격을 내려서 판매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감안하여, 가격도 유지하고, 판매량도 늘리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방법은 사실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당장의 손실을 우려하여, 이익을 보장하는 선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보수적인 대응이 가장 안전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동안 과감히 출혈을 감내하고, 경쟁사보다 가격을 더 내려서 화끈하게 시장 파이를 가져오는 '결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제품 가격의 바닥은 과연 어디인지, 우리가 어디까지 쫓아갈 수 있는지, 진실로 궁금합니다. 세계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이 가격을 넘어서서 어떤 효용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
언젠가, 가격을 화끈하게 대응해서 시장을 휘어잡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 분과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확실한 시대, 통 큰 결정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지도자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저도 언젠가는 그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